-
-
쏘 핫 캘리포니아 - 미드보다 짜릿하고, 리얼 버라이어티보다 스펙터클한 미국놀이
김태희 지음 / 웅진리빙하우스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문학책 다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장르는 에세이류이다.
그 중에서도 여행관련 서적이라면 무조건 OK다.
내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에서 새로운 경험과 조우하며 그들만의 시간을 즐기는 모습들이 부럽기도 하고, 앞으로 언젠가는...이라는 말로 기약되는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하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좌충우돌하며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는 에피소드들과 설렘이 잔뜩 묻어나는 현지 사진들이 곁들여진다면 더욱 환상적이다.
그래서 무슨 무슨 여행기, ~에서 혼자 살아보기, ~로의 낭만여행 등등...닥치는 대로 참 많이도 읽었다.
그런데, 이 책 그런 기대감으로 들었는데 뭔가 좀 다르다는 느낌이다.
마치 여러 편의 시트콤을 책으로 본다는 느낌일까? 게다가 삶의 진리가 조금씩 묻어나는 저자들의 심오한 인생철학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한마디로 ‘난 이렇게 놀아봤다’고 온몸으로 말하고 있는 듯하다. 저자는 30이라는 나이를 앞에 두고, 무한도전 작가라는 근사한 타이틀을 뒤로 한 채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티켓을 구입한다. 그곳에 도착하기까지 그녀 역시 다른 여행자들과 마찬가지로 불안함이 더 컸을 것이다. 게다가 잠깐의 여행도 아니라 약 1년 간의 장기체류이다 보니 이것저것 준비할 것도 많을터.
하지만 워낙 마당발인 그녀, 운빨도 확실히 따라주는 그녀. 마음먹은 대로 착착 집도 얻고 어학원도 입학하고 쌔끈한 미남들과 조우도 한다. (아~ 이 부분 정말 부럽기 그지없소이다.)
다만, 사람 살아가는데 어찌 맨날 히히낙낙 좋을 수 있겠나? 중간에 룸메이트를 가장한 사기꾼에게 딱 걸려 돈을 날릴 뻔 하기도 하고, 국제운전면허증 때문에 경찰에게 딱 걸리기도 여러 번. 그러나 이것이 바로 사람 사는 것이지 싶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녀가 평생 동안 황홀할 만한 ‘추억 보따리’를 1년 내내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책이 다른 여타 여행에세이와 다른 것은 그녀가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고, 건설적인(?)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좀 과장되게 말하면 1년 내내 먹고, 마시고, 즐기는 낭만을 만끽하며 돌아온 것이라는 점. 현지 사람조차도 경험하기 힘들 다양한 문화 체험과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를 아낌없이 체험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뭐야 이 책? 완전 놀자판이군. 싶다가도 이렇게 거침없이 자신을 완전히 공간, 시간, 사람에 동화시키는 그녀가 너무 부럽다. 용기도, 배짱도 재력까지도...
책 제목처럼 완전히 쏘 핫! 쏘 쿨! 쏘 판타스틱한 그녀의 일탈.
이제 그녀는 전보다 더 유쾌하고 당당하게 비상하는 일만 남은 듯 하다.
그때의 짜릿하고 소중한 경험들을 듬뿍 안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