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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로드 - 가슴이 뛰는 방향으로
문종성 지음 / 어문학사 / 2011년 6월
평점 :
지구촌이 점점 좁아지고 글로벌화되어 간다는 건 무역이나 경제통계 뿐 아니라 사람들의 여행기를 통해서도 발견된다. 예전에는 해외여행하면 미국이나 유럽, 일본, 중국 등이 다반사였지만 지금은 남미는 물론 아프리카며 잘 알려지지 않은 오지까지 못 가는 곳도 없고 다양한 곳으로 여행을 가는 시대가 되었으니 말이다. 예전에 내가 대학에서 스페인어를 전공한 후 스페인이 아닌 멕시코로 어학연수를 가려했을 때 사람들은 그곳도 스페인어를 쓰느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고 지금도 브라질을 제외한 남미 대부분의 국가가 스페인어를 사용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는 사람도 많다. 이는 그들이 무지한 게 아니라 그만큼 우리나라와 중남미 국가들의 교류도 적고 관심도 적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지금은 FTA니 글로벌화니 하는 국제적 기류 때문에라도 더 이상 변방의 국가 취급을 받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유럽이나 주요 선진국들에 대한 쏠림현상은 여전한 것 같다.
나는 10여 년 전에 멕시코 땅을 밟고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지금도 여전히 그곳이 그립고 생각날 때가 많다. 특히 심심치 않게 보여 지는 그곳의 여행기들이나 에세이들을 접할 때면 조그마한 불씨처럼 저장된 그리움에 불을 확 땡겨 당장이라도 비행기 티켓을 들고 공항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을 추스르느라 힘이 들기도 한다. 오늘은 이 책 ‘청춘로드’를 읽었으니 또 며칠간 붕뜬 기분을 가라앉혀야겠지만 사진속으로나마 그들과 재회하는 건 역시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였다. 이 책의 저자는 자기안의 열정을 깨우기 위해 6년 일정의 자전거 세계 일주를 계획했고 이 멕시코여행 역시 그의 거대한 프로젝트의 하나인데 말이 쉽지 자전거 하나로 온 세계를 여행한다는 것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다. 나는 딱 하루 자전거로 제주도해안을 여행했다가 그 후로 한 5년간 자전거는 탈 생각도 안했던 사람이기에 그의 여행이 얼마나 거칠고 고되고 힘들었을지 가히 짐작이 간다.
그렇지만 그렇게 온전히 스스로의 팔과 다리로 맛본 여행기록이기에 흔한 여행객들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세세한 기분과 광경까지도 모두 체험할 수 있었고 독자들 역시 살아있는 고생담(?)을 읽으면서 이것이 진짜 여행이구나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들게 했다.
그가 문화와 언어도 익숙하지 않은 낯선 땅을 다니면서 예기치 못한 사건사고를 접할 땐 나 역시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하고 엉뚱한 오해로 상황이 꼬였을 때는 웃음이 나는 한편 아, 그건 그뜻이 아닌데...라는 경험자로서의 안타까움도 지울 수 없었다.
그래도 나는 그가 무척이나 부러웠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아무 거리낌없이 교류하고 울고 웃는 그 모습들에서 진한 사람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에 더해 나는 그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도 없고 그런 용기도 없기에 그에게서 더욱 질투 아닌 질투마저 느끼며 ‘청춘’이라는 단어를 가슴 절절이 떠올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담보로 학원과 고시원을 오가는 청춘들이 있는가 하면, 남들이 정해준 안전로드가 아니라 자신의 가슴이 원하는 소리를 따라 자기만의 길을 개척하는 이런 청춘들도 있어 오히려 힘이 솟기도 했다.
그의 멕시코 여행은 이렇게 끝이 났지만 그는 여전히 세계 곳곳을 페달 밟으며 여행하고 있을 것이다. 아직은 뜨끈뜬끈한 심장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팔딱이는 청춘의 피를 느끼면서 그렇게 한 발 한 발 앞서 나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이 여행이 끝이 나겠지만 나는 안다.
이 순간순간이 그의 인생에서 최고의 시간과 경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누군가 내게 말했다.
그건 ‘현실도피’ 아니냐고...
나는 대답했다. ‘현실보다 꿈에 대한 도피가 더 비겁한 것’아니냐고... [본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