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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선인장 - 사랑에 빠졌을 때 1초는 10년보다 길다
원태연.아메바피쉬.이철원 지음 / 시루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나도 그렇지만 주위 사람들을 둘러볼 때면 뾰족하게 날 선 모습들이 위태로워보이곤 한다. 마치 누군가 말이라도 걸라치면 뭔가 의심을 잔뜩 품은 마음으로 색안경을 쓰고 재빠르게 스캔을 해 이 사람이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 아닌가를 계산하느라 여념이 없다.
아무에게도 속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 거짓 표정과 웃음을 짓느라 딱딱하게 굳어버린 감성에는 쓰디쓴 한 잔의 소주로 잠시나마 말랑말랑하게 만져줄 뿐이다. 그래도 한 때 아름다운 청춘이었노라 기억되는 순간에는 달콤한 연애소설도 읽으면서 나만의 로맨스도 상상하는 즐거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어떻게 하면 남보다 나은 인생을 살 것인가, 또 어떻게 살아야 실패하지 않는 인생인가와 같은 처세술, 자기계발에만 몰두해서 책도 공부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이런 즈음 만난 이 책은 한 마디로 놀이공원에서 사먹곤 하던 솜사탕맛이 났다. 입에 댄 순간 달콤하다고 느낄 사이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순식간에 밀려오는 그런 교차된 감정들이 재생되기 시작한 것이다.
아! 맞아 나도 저런 순간이 있지 않았나?하는 잊혀 졌던 첫 사랑의 여운은 물론이고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 반복되는 그 지난하고 아픈 시간들이 오버랩 되어 나의 과거를 톡톡톡 두드린다.
고양이와 선인장, 이 둘은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저자의 손끝에서 ‘우리’라는 관계로 재탄생하여 놀랍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신에게 물을 주고 애정을 쏟았던 아이가 지어준 “땡큐”라는 멋진 이름을 가진 선인장은 “외로워”라는 조금은 슬픈 이름을 가진 “고양이”를 만나 그 둘은 어느 새 서로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어색하면서도 자꾸 눈길이 가는, 그런 어색함이 반복되어도 전혀 싫지 않은 그런 관심말이다. 선인장은 항상 같은 자리에서 고양이를 기다리지만 고양이는 하루 종일 길거리를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데 그래서 더 외로워보였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은 어쩌면 누군가를 찾아 나서는 일보다 더 행복한 것일지 모르니까. 그러나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하고 방황하는 고양이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쓸쓸하게 밤거리를 헤매는 수많은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고 느껴졌다. 외로운 도시인들이 투영되어 더욱 외로워보였던 고양이 ‘외로워’.
어찌되었든 우리는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다. 하나가 아닌 둘 이상일 때 우리는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내가 당신을 위로해주어도 좋고 당신이 나를 위로해주고 보듬어주어도 환영한다는 그런 무언의 약속들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라는 단어가 다른 어느 때보다도 따뜻하게 다가오는 지금 내 심장은 쓴 소주 없이도 다시 말랑말랑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