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쁜 뇌를 써라 - 뇌의 부정성조차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뜻밖의 지혜
강동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8월
평점 :
나쁜 뇌?
처음 이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 나쁜 뇌가 무엇인가가 가장 호기심이 컸었다. 인간이 가진 뇌를 좋고 나쁨이라는 이분법적으로 구분해서 생각해 본 적이 나는 한 번도 없었는데 나쁜 뇌를 쓰라니... 도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저자 소개를 보니 뇌 의학자였으니 뭔가 전문적이고 어렵지 않을까 싶은 두려움도 살짝 있었지만 그건 책 몇 페이지만 읽어도 성급한 걱정이었음이 드러난다. 여러 가지 재미있고 독특한 그림들을 가지고 쉽게 설명된 다양한 뇌와 인간의 특별한 실험이야기들이 은근히 책을 놓지 못하게 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인터넷 웹 사이트를 서핑하다보면 인간의 착각이나 시각적 관점에 따라서 다양하게 보여 지는 신기한 그림들을 테스트 하는 것들을 종종 만나게 될 때가 있는데 이 책에 소개된 그림들이나 예들이 그런 종류의 것들과 비슷하다. 언뜻 보면 뇌 관련 책이라기보다는 심리학 책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인간의 신비한 행동패턴이나 특별한 사례들을 소개해주고 있었다. 물론, 대부분 이런 현상은 인간의 뇌에 어떤 특별한 장애가 생겼을 때, 혹은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어떤 특별한 뇌의 작용으로 인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는 게 사실이지만.
저자가 이 책에서 언급한 나쁜 뇌라는 건, 쉽게 말해서 우리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뇌의 영역들이다. 즉, 쉽게 어떤 선택이나 결과를 합리화 해버리는 뇌라든가 왜곡하는 뇌, 또는 망각해 버리는 뇌 등 인간의 뇌가 수행하는 능력 중에서 우리가 ‘나쁘다’고 인식하는 뇌를 말한다. 다시 말해서 일반 사람들이 누군가의 천재적인 기억력을 부러워하기는 하지만, 오히려 망각하는 능력은 괴롭고 안 좋았던 기억들, 슬펐던 기억들을 잊게 해줌으로써 삶을 영위하도록 도와준다는 관점이다. 혹은 실패를 곱씹고 또 곱씹음으로써 괴롭게 살지 않도록 우리의 뇌는 어떤 상황을 ‘합리화’하도록 함으로써 불편했던 기억과 감정상태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준다.
언젠가 EBS에서 기억에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방송해 준 기억이 있다. 그때 어떤 여자가 등장했는데 그녀는 ‘과잉기억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는데 자신의 과거를 영화를 보듯이 날짜별로 모두 기억해내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과거를 회생하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문제는 슬프고 끔찍했던 기억마저 평생 생생한 채로 간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여자 질 프라이스]
아! 얼마나 힘들까? 때때로 인간은 술이라는 것을 통해 고통스러운 기억을 잊으려고 인위적으로 노력하기까지 하는데 이 여자는 그런 기억들을 매일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으니 말이다.
책에도 이 여성의 이야기가 언급되는데 이렇게 저자는 뇌가 가진 나쁜 면, 아니 다르게 말해서 나쁜 것이라고 사람들에 의해 인식되어진 반대적 특성들을 잘 활용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는 ‘기억-망각, 몰입-중독, 집중-산만’ 과 같은 뇌의 양쪽 측면을 적절한 균형을 통해 창조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데 주목한다. 인간의 뇌는 어느 한쪽만 부각된다고 해서 좋은 것이 아니라 이렇게 반대 급부적인 특성이 골고루 상황에 맞게 작용할 때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더욱 큰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고흐는 미치지 않았다. 그는 측두엽 뇌전증이라는 병을 앓았을 뿐이다. 측두엽 기능의 변화가 그의 창조성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그는 분명한 동기와 목적을 가지고 치밀하게 계획하는 뇌로 그림을 그렸다. 고흐는 뇌전증과 하이퍼그라피아라는 한쪽과 계획과 치밀함이라는 다른 쪽 사이를 오갔던 사람이다. 그는 ‘그림’이라는 목적을 위해 측두엽과 전두엽의 긴장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점을 찾으며 줄타기를 했던 창조자였던 것이다. [본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