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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리튜드 - 오롯이 나를 바라보는 고독의 시간
요한 G. 치머만 지음, 이민정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5년 8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 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인간에게 있어서 고독은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이 책은 고독에 대한 깊이 있는 담론을 담고 있으며, 독일의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보다 훨씬 앞서 고독의 가치를 강하게 부르짖었던 사상가이자 의사, 요한 게오르크 치머만의 작품이다. 원제는 독일어를 영어로 번역하여 Solitude, 한국어로는 「고독에 대하여」또는 솔리튜드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책이다.
치머만은 18세기 유럽을 대표했던 의사이자 사상가로, 1728년 스위스에서 태어나 훗날 대영제국 국왕 조지 3세의 주치의로도 활동했던 인물이다. 그가 이 책에서 말하는 고독은 단순히 혼자가 되는 물리적 상태가 아닌, 스스로의 내면과 마주하며 지적 성찰을 이루는 고귀한 상태로 정의된다. 그는 인간이 세상을 잘 살아가기 위해서 반드시 고독을 경험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 사상은 훗날 쇼펜하우어와 니체에게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책은 서론부터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문체로 시작된다. 서론만 읽어도 이 책이 전하려는 핵심과 의도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하다. 이어지는 본문에서는 고독이 인간에게 주는 다양한 영향을 깊이 탐구한다.
각 챕터는 다음과 같은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독을 찾게 되는 동기, 고독이 주는 단점, 상상력과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 우울과 열정에 미치는 심리적 작용, 그리고 고독을 통해 발견할 수 있는 삶의 참된 가치 등에서 치머만은 단순히 자신의 사상만을 늘어놓지 않는다. 그는 루소, 그리스 철학과 신화의 이야기, 그리고 다양한 인물들의 일화를 비유적으로 인용하며, 글의 깊이와 울림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덕분에 독자는 추상적인 개념에만 머무르지 않고, 구체적이고 생생한 고독의 의미를 느낄 수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군집 속에서 인기와 명예, 권력을 추구하려는 경향을 지적한다. 하지만 진정한 인생의 가치는 그 속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고독 속에서 자신의 참모습과 내면의 가치를 발견할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고 말하고 있다.
현대 사회는 역설적으로 고립된 개인이 점점 많아지는 시대다. 혼자 있는 시간을 두려워하거나, 혼자 있어야 하는 상황을 ‘외로움’이라는 고통으로만 여기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치머만의 메시지는 그런 사람들에게 고독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성장과 성찰의 기회임을 일깨워 준다. 고독 속에서 자신을 단단히 세우고, 오히려 그 고요함에서 용기와 자부심, 그리고 내적인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단순한 고독의 찬미서라기 보다는 현대인들에게 고독의 본질을 다시 정의하게 만들고, 고독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지혜를 전한다. 치머만의 서술은 자신의 경험뿐 아니라 수많은 인물들의 사례와 철학적 인용으로 설득력을 더하며, 독자로 하여금 고독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