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BOOK 레드북 - 나를 찾아 떠나는 영혼의 여행
칼 구스타프 융 지음, 김세영 옮김 / 부글북스 / 2012년 5월
구판절판


심리학은 사람들에게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자 풀리지 않는 숙제이다. 언제나 다른 이의 마음을 궁금해하며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 그리고 그 심리를 보편적인 선에서 알려주는 심리학은 누군가의 마음을 끝없이 궁금해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마치 마법의 책 같은 매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심리학을 언제나 가까이에 두고 산다. 글로 읽고 눈으로 보며, 말로 듣기도 한다. 그리고 그 경험과 기록들이 쌓여 심리학이라는 산을 거대하게 쌓고 있다. 심리학이 학문으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다른 학문들이 그러하듯, 심리학에도 대표적인 이론이라든지 학자가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그 중 가장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이름이 바로 프로이트이다.



정신분석이론이라는 심리학의 거대한 축을 구축해낸 프로이트, 사람들은 그를 심리학의 가장 잘 알려진 학자로 기억하고 있지만, 누군가 여기에 한명의 이름을 덧붙여야 한다면 심리학에서는 프로이트만큼이나 중요한 인물로 기억되는 또 한명의 학자가 있다. 바로 칼 구스타프 융이다.

프로이트가 인간의 심리를 성욕이나 다른 기타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에 연결지어 정리하고 다루었다면 칼 구스타프 융은 그와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인간의 심리를 정의하고 다루려 하였다. 바로 인간의 무의식이다.



프로이트가 가장 기본적이고 어쩌면 가장 본능적인 단계의, 눈에 보이는 인간의 본성에 집증해 심리학을 연구했다면, 칼 융은 그 반대의 가장 끝에 서서 눈에 보이지 않는 가장 은밀하고도 깊은 내면에 집중해 인간의 심리를 연구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레드 북은 바로 그 무의식에 집중한 칼 융의 내면을 담아낸 한권의 연구서이자 유작이다. 때문에 이 책을 눈 앞에 두고 사실은 참 망설였었다. 문제는 칼 융이라는 심리학자의 연구 분야에 대해 프로이트의 그것만큼 내가 가까이 접해본적이 없었다는 사실 때문이었고, 그가 연구한 무의식이라는 인간 심리의 한 부분에는 더욱 더 지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을 펼쳐들었을때 나의 걱정은 현실이 되어버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그저 취미로 볼 만한 책은 아니다. 물론 재미로 볼 수 있는 책은 더더욱 아니다. 일 삼아, 그리고 굳은 각오를 가지고 집중하고 또 집중해서 읽어도 이 책의 담은 의미를 모두 이해하기에는 조금 힘들수도 있다.



칼 융의 스스로의 내면을 담았다는 책인만큼 책은 일상적이지 않고 독특하다. 어떤 의미를 이해해야하는지 몰라 글자들을 쫓는것 또한 쉽지 않다. 때문에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때 내가 느낌 소감은 한마디로 난감함이었다. 무엇을 읽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책을 읽고 난 다음의 소감이 없는 책. 한 마디로 답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이야기. 레드북은 바로 그런 책이지만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인간의 무의식에 한없이 집중했던 심리학자 칼 융. 그리고 무엇인지 알 수 없을만큼 뒤죽박죽이 되어 버린 책 속의 이야기들,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일이 바로 칼융이 인간의 심리를 앞에 두고 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심리학은 분명 쉽지 않은 학문이다. 프로이트가 그 쉽지 않은 심리학을 인간이 이해하기 쉬운 관점에서 접근해 이론을 얻어내었다면 칼 융은 있는 그대로 어렵고 알 수 없는 인간의 심리를 그대로 보려 했는지도 모른다. 때문에 지금, 프로이트는 대중적인 심리학자로, 융은 여전히 난해한 이론의 심리학자로 남겨졌는지도 모르겠다..



심리학에 대한 견해와 지식이 더욱 깊어진다면, 다시 한번 레드북을 읽어볼 생각이다.

칼 융을 이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레드 북 속에 남겨진 그의 무의식이 얼마나 나의 그것과 닮았는지도 한번 들여다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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