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
카스 R. 선스타인 지음, 이정인 옮김 / 프리뷰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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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사람이 태어나 가족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사회에 속하게 되는 그 순간부터 사람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또 다른 소속집단들을 만들어낸다. 제 아무리 아웃사이더 기질이 강하고 나홀로 주의에 젖어 있는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그 사람들은 또 그들 나름대로 자신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 이들과 의견을 나누고 사고하며 행동하곤 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사람들이 속한 집단이란, 나와 비슷한 배경, 나와 비슷한 사고, 나와 비슷한 성향들을 가진 사람들이 뭉친 뭐랄까 나라는 존재의 일종의 확장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번 이렇게 형성된 소속집단은, 잘 깨어지거나 와해되지 않는다. 이미 비슷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끼리 우정이나 친밀감을 나누며 형성이 된터라 더욱 더 견고해지며 그 관계가 돈독해지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런 친밀감과 유대감의 형성은 개인으로 하여금 소속감과 더불어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장점이 있다. 누군가가 나를 지지한다는 든든함, 그리고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이 이미 많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들처럼 말이다. 하지만, 장점이 있다면 단점도 반드시 존재하는 법, 이런 소속된 집단안에서는 장점만큼이나 영향이 크고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단점 또한 존재한다. 바로 집단사고의 극단화라 이름지어진 이 책의 주요 테마처럼 말이다.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라는 다소 자극적이고도 어쩐지 가슴 한 구석이 찔리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하는 이 책이 다루는 내용은 바로 그것이다. 집단사고의 극단화 말이다. 극단적인 사고나, 사고의 극단화라는 단어는 자칫 부정적이고, 예외적인 굉장히 특수화된 상황을 일컫는 말처럼 느껴진다. 때문에 사람들은 극단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나, 극단화된 사고의 결과가 가져오는 상상할 수 없는 극단적인 결과에 대해 나와는 동떨어진 세계의 이야기처럼 받아들이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라는 이 책 속에 적혀 있는 우리 속에는 내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라고 섣불리 단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책의 제목은 분명히 <그들은 왜 극단에 끌리는가>가 아니다.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이다. 그리고 이 안에는 지극히 평범한 사고를 가지고 생활하고 있는 나 역시 포함되어 있다.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는 바로 이렇게 그들이 아닌 우리, 너가 아닌 나 자신이 자연스레 집단에 소속되고, 집단의 사고에 동화되며, 그 집단의 사고가 극단의 방향으로 흘러가는 현상에 대해 이야기 하는 책이다. 또한, 극단화된 집단의 사고가 세계의 역사에서 어떤 상식밖의 결과를 끌어내었는지에 대해 그 예를 들고 설명하면서 집단사고의 극단화에 대해 경고하고 있기도 하다.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인종학살을 자행했던 나치즘을 비롯, 현재까지 인류를 공포속에 몰아넣고 있는 극단적 테러리즘에 이르는 비 상식적 사고와 행동들이, 사실은 지극히 상식적인 사람들이 모인 집단의 사고 극단화 과정을 통해 초래되었음을 보여주는 이 책은, 그래서 몹시도 불편하면서도 몹시도 충격적일 수 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인류 역사에 나타난 사고 극단화의 결과처럼 극단적이거나 혹은 비상식적이지는 않다 하더라도, 사실, 우리는 우리가 사는 현재, 그리고 이 땅에서도 많은 집단 사고의 극단화 현상들을 경험하게 된다.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서로 당파를 가르고, 정책과 노선에서 양 극으로 치닫는 정계에서도, 또, 서로 다른 종교를 인정하지 못하고, 전도나 포교라는 미명하에 서로를 존중하지 못하는 분쟁을 통해서도 말이다.

집단의 사고가 극단으로 치닫는 모습은, 결국, 불화와 다툼으로 문제점들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서도 집단과 집단은 서로 융화나 화해를 하기보다는 서로의 입장차만을 확인하고 불신의 골을 더욱 더 깊게 파가기도 한다. 결국, 집단화된 사고의 극단화는 한 집단이 주변과 융화되지 못하고 폐쇄된 채 교류와 소통을 차단했을때 그 집단이 비정상적이고 참혹한 결과를 초래하게 만들지도 모르는 독으로 작용하게 됨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극단에 끌리는 것이 아니다. 극단에 끌린다기 보다는, 나와 비슷한 것들에 대한 안정감과 편안함이, 우리를 끌어당기고, 이렇게 모인 개인들이, 더 편안하고 안정화된 소속감을 추구하면서 집단은 점점 극단화되어가는것이다. 때문에 우리가 속한 집단이, 극단화되지 않기 위해서는 때문에 어느 정도의 불편함과 불안정을 감수해야한다. 그리고 이 불편함과 불안정을 통해 비로소 나와 나의 집단은 균형을 되찾게 된다.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라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아마도, 안정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때문이라고 대답할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안정이 균형이라면, 극단의 추구는 이미 안정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는 바로 그 점을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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