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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나리오의 법칙 - 좋은 영화, 그저 그런 영화, 나쁜 영화에서 배우는
톰 스템플 지음, 김병철.이우석 옮김 / 시공아트 / 2011년 8월
절판
나는 영화를 무척 좋아한다. 매주 한편 이상의 영화를 보는 편이고, 장르구분없이 호기심 가는대로 꾸준히 영화를 보는 편이기도 하다.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참 다양하지만, 생각해보면, 나에게 있어 영화는 책과 거의 비슷한 의미인것 같다. 단지 책은 종이 위의 텍스트들을 통해 그 이야기들을 전하지만, 영화는 영상과 대사들을 통해 이야기들을 전한다는 차이가 있달까?
덕분에 영화는 책보다 수월하게, 또 짧은 시간안에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역할을 하고, 관객으로서 스크린 앞에 앉은 나는, 책보다는 조금 덜 공을 들여 내가 살지 못한 인생들과 내가 알지 못한 이야기들을 전달받는다.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아마도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알지 못하는 이야기들, 그리고 내가 살아가지 못한 세상의 이야기들을 내 눈 앞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 마냥 보여주고 간접적이나마 그 공간을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 말이다.
거의 매주 한 두편의 영화를 즐겨보면서, 가끔은 내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들에 놀라기도 하고, 가끔은 내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잊고 있었던, 혹은 생각해보지 않았던, 그래서 사실은 모르고 있었던 이야기들에 당황하거나 의미를 되새기기도 하는 과정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모두가 사랑하는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영화라는 매체라고 해도, 언제나 극장 안에 앉아 스크린을 보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영화라는 건, 행복하고 감동스러울 수 있기도 하지만, 재미없고 따분하며, 지루할 수도 있는 것이니 말이다.
물론, 영화의 장르에 따라, 굳이 영화가 전달하는 이야기가 깊고 진중한 의미를 담아야 할 필요가 없을 때도 있다. 가끔은 즐겁게 한번 웃고 싶어서 극장을 찾아가기도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지루하고 따분하고, 재미없는 것도 봐주어야 하는 것일까? 지루하고 따분하게 두시간여의 시간을 극장안에서 보내기 위해 극장을 찾는 관객은 없을텐데 말이다.

같은 종류의 이야기를 하더라도, 분명 영화들은 차이를 보이는 때가 있다. 비슷한 소재, 비슷한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들 중에서도 한 영화는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선물하는 반면, 다른 영화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경우들도 있으니 말이다. 극장에서 영화를 자주 보는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때로 이런 영화들을 맞딱드릴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같은 이야기라도 꼭 저렇게 재미없게 해야하나?' 혹은 '같은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는 왜 괜히 더 재미있고 신나지?' 바로 이런 생각들 말이다.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저게 흔히들 말하는 구성의 힘. 바로 시나리오의 힘은 아닐까?'
영화를 만드는 가장 구체적이고도 기초가 되는 골격, 화면에 영상을 입히기 전, 영화의 매 장면과 구성을 다듬고 보여주는 작업. 시나리오는 바로 그런 역할을 한다.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캔버스에 데생이라는 작업을 치밀하고 섬세하게 하듯, 그리고 그 데생이 견고하고 잘 갖추어져 있을수록 완성된 그림이 조금 더 균형잡히고 아름다운 작품으로 완성이 되듯 시나리오 역시 영화에서는 바로 그 데생의 역할을 하는 요소라고 할까? <좋은 시나리오의 법칙>은 바로 이렇게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골격구조의 역할을 하는 시나리오에 대해 설명하는 책이다. 좋은 시나리오가 영화를 얼마나 풍성하게 만드는지, 또, 시나리오의 구조가 탄탄할 수록 얼마나 좋은 이야기가 얼마나 즐겁게 흘러나올 수 있는지를 40여편의 영화를 통해 실제 예를 들어 비교 설명하면서 좋은 시나리오가 어떤 것인지를 친절하게 설명하는 책 말이다.
<좋은 시나리오의 법칙> 속에서는 실제로 우리가 친숙하게 들을 수 있는 명작들의 이름이 꽤 많이 등장한다. 그리고 비록 영화관에서 흥행을 일으켰지만, 시나리오 구성면에서는 다소 부족하다 싶은 영화들이 왜 아쉬운지에 대해서도 요목조목 설명하며 좋은 시나리오를 통해 세상에 태어난 영화와 그렇지 못한 영화의 차이를 보여주는데 집중하고 있다. 영화의 이야기뿐 아니라, 영화를 구성하는 화면과 음악에 이르기까지 한편이 영화를 만드는데 필요한 모든 구성요소들이 모두 시나리오의 한 성분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시나리오가 단순히 영화의 이야기를 이끄는 흐름 뿐 아니라 영화 전체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임도 알려준다.
<좋은 시나리오의 법칙>은 사실, 읽기에 아주 수월한 책은 아니다. 나름대로 영화를 꽤 보았다고 자부하는 나에게도 다소 생소하거나 아직 보지 못한 영화들이 예로 들어있고, 사실 이 영화들을 직접 보지 못했다면 <좋은 시나리오의 법칙>이 설명하는 시나리오의 좋은 점과 나쁜점들을 이해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시나리오의 법칙>이 언급하고 있는 많은 영화들 중 자신이 직접 본 영화들이 있다면, 그 영화를 상기하며 이 책을 읽었을때 그 영화를 이해하고 시나리오의 좋은 점과 나쁜점을 이해하기에는 무척이나 도움이 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가지 팁이라면, 기왕 <좋은 시나리오의 법칙>을 통해 좋은 시나리오에 대해서 잘 알아보기를 원한다면, 이 책이 설명하고 있는 많은 영화들을, 책을 읽어보기 전에 미리 보고, 영화를 본 다음, 해당 영화의 챕터를 읽어본다면 더욱 더 이해가 쉽고 빠를 것이라는 점을 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