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특사 이준
임무영.한영희 지음 / 문이당 / 2011년 7월
절판


책의 서문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준 열사에 대해 고종의 명을 받고 헤이그에 갔다가 돌아가셨다는 정도밖에 모르는 듯 하다. 조금 관심있는 경우 열사가 대한제국 최초의 검사라고 알고 있을 것 같다'

나는 딱 이 범주에 속하는 사람 중 한명이었다. 그것도 이준 열사가 대한제국 최초의 검사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조금 관심있는 사람들이 아닌, 이준 열사가 고종의 명을 받고 헤이그에 갔다가 돌아가셨다는 정도만 알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에 속하는 한명 말이다. 이 책을 만나게 되기 전까지 이준 열사에 대한 나의 정보는 바로 그 한줄 이었다. '이상설, 이위종과 함께 고종의 명으로 헤이그로 밀명을 받고 파견된 헤이그 특사', 그리고 이 책을 손에 들었을 때 바로 그것을 기대했던것 같다. 딱 한줄로만 남아있던 이준 열사에 대한 조금 더 인간적인 이해 말이다. 역사책에 나오는 간단하고도 명료한 사실 이외에, 국권이 흔들리고, 한치 앞을 내다보는 것이 어려웠던 그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의 지식인이자 지도자로서의 그의 삶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이 책을 통해 시작되기를 바랬다.

책의 시작은, 내가 알지 못했던 이준 열사의 인생부터 시작하고 있었다. 밀명을 받고 헤이그를 향해 떠난 열사 이준이 아닌, 법률에 관심을 가지고, 변화하는 시대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자신이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알고 한걸음 한걸음을 뗄 줄 알았던 소신있던 젊은 이준부터 말이다. 이준은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잘 읽을 줄 아는 젊은이였다. 체계가 잡히지 않은 조선의 옛 근간 대신 명확하고 체계가 잡힌 새로운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 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고, 스스로 기존의 특권을 버리고, 새로운 시대를 받아들이기 위해 도전할 줄 아는 도전의식을 가진 사람이기도 했다. 그래서 조선의 양반층이라면 괄시하고 무관심했던 율법에 일찍부터 관심을 가졌고, 법률에 대한 새로운 체계가 도입된다는 사실을 알고서 그 사진이 기존의 전근대적 사고방식과 특권을 벗어던지고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위해 새로운 시작을 할 용기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급변하는 시대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국가의 운명 앞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 했다. 스스로의 안녕보다는 법조인으로서의 강직함과 굳은 의지를 통해 국민들을 위할 줄 아는 이였고, 언제나 새로운 학식과 스스로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발전시킬 줄 아는 유연함도 가지고 있었다. 그의 강인함과 곧은 의지, 그리고, 새로운 것들에 대한 관심과 유연한 사고는, 그를 군림하는 법조인이 아닌, 국민을 위한 법조인의 길로 이끌었고, 그는 그렇게 대한제국 최초의 검사로, 올곧은 법조인으로 스스로의 의지를 늘 곧추세운 인물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그의 인품은, 때로는 그에게 가장 좋은 자양분으로, 때로는 그 자신을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불안감으로 그에게 작용하곤 했다. 자신들의 특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기득권층에게 올곧기만한 법조인 이준은 그다지 반가운 이가 아니었을테니 말이다. 그러나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렇게 정직한 눈으로 국민을 위해 일하는 법조인이 있었다는 사실은, 아마도 큰 위안이었을 것이다.

그는 역사의 흐름에 의해 수 없이 많은 변화와 고난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가의 주권이 흔들리고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 국가의 운명 한 가닥을 손에 쥐고 역사에 길이남을 길을 가게 된다.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헤이그 밀사로서 그가 국가의 운명을 짊어진 바로 그 사건을 통해서 말이다. 그의 헤이그 파견은,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다시피, 성공적인 결말을 맺지 못했다. 그리고 밀사 이준 역시 열사라는 이름으로 남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국가의 운명을 지고, 자신의 목숨을 보장할 수 없는 그 길을 나선 밀사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최소한 누군가가 목숨을 바쳐 지키고자 했던 나라 안에서 살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통해, 그길을 갔던 열사 이준이 얼마나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나라를 위해 인생을 바쳤던 사람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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