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채종인 지음 / 채스(Chaes) / 2010년 7월
품절


열대야가 밤을 하얗게 지새우게 만들고, 집 밖으로 단 한발자욱만 내딛으면 뜨거운 열기가 주는 고통을 가감없이 체감해야하는 요즘. 사람들은 잠시의 시간을 내어 이 더위를 피해 휴가를 떠난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고 연일 폭염주의보가 숨막히는 날씨만큼이나 머리까지도 압박해오는 이 시기에 떠나는 휴가는 그래서 더위를 식히고 일상에서 벗어나는 잠시의 탈출이 되어주기도 한다. 이번 여름. 당신은 어디로 휴가를 떠날 계획을 세웠을까? 바다? 산? 아니면 계곡이나 강? 그것도 아니면 큰맘먹고 해외?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듯 이번 휴가계획을 세우는 모습들도 다르겠지만 나는 휴가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굽이진 길을 따라 걷는 산속의 싱그러운 나무내음과 그 곁을 흐르는 차가운 계곡물이 떠오른다. 사람이 북적이는 바다보다는 한적하여 인적조차 드문 그런 곳. 그리고 그래서 휴양지보다는 그저 산이라는 이름이 더욱 잘 어울리는 그런 곳 말이다.

산은 그렇게 단 한글자만으로도 여러가지를 떠오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속세와는 조금 떨어진 외진 곳. 그래서 세상과는 단절되어있지만 그만큼 자유스러울 수 있는 곳. 나무와 흙내음이 빨리빨리보다는 조금 더 천천히를 말하게 하는 곳이라는 이미지 같이 말이다.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고 자연과 나만이 존재할 것 같은 그곳의 자유는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꿈처럼 산을 떠올리게 하는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산이 꼭 나의 상상대로 고립과 단절을 보장받는 절대자유의 영역은 아니다. 실제하는 산에는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언제나 존재하며, 아무리 외진 곳에서도 심심치 않게 사람의 인적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니 말이다. 단지 세상과 조금 다른 속도를 지녔을 뿐, 산 역시도 살아 숨쉬는 사람들의 터전이자, 생의 공간임은 크게 다를 바가 없지 않을까?

산(山)이야기는 그렇게 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5편의 짧은 이야기들을 담아낸 책이다. 마치 어린 시절 교과서에 실려있던 고전단편문학의 한 페이지같은 느낌을 담아 산 속에서 살아가며, 산으로 인해 인생을 만들어가고 산으로 인해 인생을 살아갈 수 있었던 누군가의 이야기 혹은 전해져 내려온 이야기들. 산(山)이야기에서 담아낸 이야기는 산속에서 살아가기에 다른 곳들보다는 조금 느릴지 모르지만 그 역시 따스한 숨결로 순간을 살았던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들을 그저 조곤히 읊조리는 이야기같기도 하다.


화려한 출연진도, 특색있는 캐릭터도, 극적인 사건과 반전도 없는 그저 사람들의 인생 어느 부분을 그려낸 이야기. 산이라는 공간에서 그들만의 리듬으로 그들만이 노래를 만들어내며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산(山)이야기는 간결하고 짧으며, 느리다. 마치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꾸밈없고 자연스러운 산처럼 말이다.

모두가 한 순간도 허비할 수 없다는 듯히 내달리고 있는 세상에서, 산은 어쩌면 일년에 한번 휴가철에만 사람들을 위안하는 현실과 동떨어진 꿈의 세계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산(山)이야기안의 이야기들도 그렇게 지금의 세상과는 다른 템포를 가지고 아주 서서히 먼 옛날의 이야기인것처럼 자신들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지금 혹시 당신의 삶이 숨막히다면, 너무 빠른 세상이 어지럽다면, 산(山)이야기 속의 다른 세상을 한번쯤은 방문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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