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즌 파이어 1 - 눈과 불의 소년
팀 보울러 지음, 서민아 옮김 / 다산책방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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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보울러라는 이름의 작가, 그의 소설 중 내가 처음으로 접했던 작품은 리버보이라는 이름의 소설이었다. 어린 소녀와 그 소녀의 고집센 할아버지, 서로를 너무나 아꼈기에 그 꿈을 대신해 이루어주고 싶었던 작은 소녀의 바람과 할아버지의 꿈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이고 아름다웠던 동화는 그저 읽기 좋은 한편의 동화이기 이전에 오랜 시간을 간직해온 한 남자의 아름다웠던, 그리고 그리웠던 꿈에 관한 이야기였고, 모든 사람들이 죽는 그 순간까지 간직하는 순수한 마음이었던 것 같아 읽고 난 후에도 한참동안을 아련하고 아름다운 꿈에 있는 것 같은 설레임을 주었었다. 팀 보울러라는 이름은 그렇게 아름답고 환상적이지만 단순히 아름다운 것에서 그치지 않는 그 이상의 무언가를 던져주는 이름으로 나에게 기억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작품 중 두번째로 내가 만나게 된 작품은 바로 이 작품, 프로즌 파이어이다


어느날 갑자기 집을 떠나 영영 돌아오지 않는 오빠 조쉬. 오빠를 그리워 하는 작고 못생긴 소녀 더스티는 언제나 자신의 한 조각이자 그리움의 대상으로 남은 조쉬 오빠를 늘 기다리고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오빠의 실종은 신경과민의 엄마가 집을 떠나게 만들었고, 다정다감하지만 언제나 마음이 여렸던 아빠에게 떠난 엄마의 빈자리와 아들의 부재를 떠넘기게 되었다. 아파하고 상처받은 아빠의 곁에서 더스티는 조쉬의 몫까지 아빠를 버텨주어야 하는 강인함을 지녀야했고, 가족은 상처받고 외로워하며 서로를 그리워하고 미워하게 되었다. 살아있는지 죽었는지조차 알려주지 않는 조쉬. 차라리 죽음을 확인했다면 오히려 자유로웠을 더스티와 그녀의 가족들에게 오빠의 확인되지 않는 실종은 살아있으리라는 믿음과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동시에 던져주는 풀리지 않는 숙제이자 조쉬를 떠나보낼 수 없는 미련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있는 모든 시간을 조쉬의 부재에 대해 생각하며 지내는 더스티에게 조쉬의 모습을 보여주는 신비로운 소년이 나타난다.

더스티의 마음을 읽고, 조쉬의 모습을 보여주는 소년. 조쉬만이 알고 있는 사실들을 더스티에게 던지며 끊임없이 그녀의 주변을 맴도는 소년의 존재는, 더스티에게는 조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마지막 단서이자 마지막 열쇠로 느껴진다. 어딘지 모르게 신비롭고 그래서 가끔은 공포의 존재로 다가오는 하얀 소년, 그 누구에게도 자신을 실체로 남기지 않지만 수 없이 많은 소문을 만들어내고 사람들을 공포속에 몰아넣는 소년이지만 어쩐지 더스티에게는 그가 두려움의 존재로 느껴지지 않는다. 단지 조쉬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는 단 하나의 존재일 뿐이다. 사랑하는 자신의 오빠를 돌려줄지도 모르는, 돌려주지 않는다면 그 존재에 대한 마지막 이야기를 들려줄지도 모르는 하얀 소년. 다른 이들은 모두 두렵다 말하지만 그 두려움을 이겨낸 더스티에게 소년은 만나야할, 그리고 이야기를 들어야할, 존재를 확인해야할 대상일 뿐이다. 더스티는 조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그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조쉬를 확인하기 위해 소년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고 그를 정면으로 마주하기 위해 애를 쓸 뿐이다. 그것만이 더스티를 놓아주지 않는, 영원히 그녀 곁을 맴돌것만 같은 조쉬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임을 알고 있으니 말이다

더스티를 맴돌던 존재, 그 하얀소년의 존재는 그녀가 오빠 조쉬를 잃어버린 그날부터 계속되는 그녀의 그리움과 공포였다. 사일러스 할아버지와 안젤리카가 자신들이 확인하고 해결하려 하지 않았던 바로 그 사연속의 두려움처럼 더스티 역시 조쉬의 실종에 대한, 그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대면하려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끝없이 오빠의 존재를 그리워하고 어쩌면 세상에 남아있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오빠의 죽음을 대면하지 않으려 했던, 인정하지 않으려했던 그녀의 두려움이 세상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수 없이 많은 소문처럼 공포로 변해 그녀의 주변을 맴돌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신비로웠던,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두려움의 존재라고 말했던 그 소년을 대면하기로 결정한 순간, 그녀는 이미 알았을지도 모른다. 소년의 입에서 조쉬의 죽음을 듣게 되리라는 것을 말이다. 더스티가 이겨낸 소년에 대한 두려움은 자신이 대면하게 될 조쉬의 죽음에 대한 가능성, 바로 그 사실에 대한 두려움이었고, 그녀가 그것을 이겨낸 순간 수수께끼를 풀 자격이 주어진 것이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가끔 진실을 이미 짐작하며서도 그 사실을 대면했을때 느껴질 슬픔과 아픔이 두려워 진실을 외면하려고 한다. 이미 존재하는 사실을 직접 보면 감당해야할 자신의 아픔. 그 아픔이 두렵고 무섭기 때문에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이런 외면은 아픔을 겪고 나서야 당당해질 수 있는 자신의 삶을 가로막는 장애가 될 뿐이다. 결국 모든 아픔과 슬픔은 그것들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이겨내었을때 극복되는 것이니 말이다. 더스티는 아마도 그것을 알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을 끝없이 맴도는 오빠의 망령을 이겨내어야만 오빠의 모습에 갇힌 자신이 아니라 스스로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아픔과 슬픔을 겪어내고 더스티 자신으로 돌아가기 위해 소년을 마주보려 했던 것이다. 더스티가 진정 바란것은 오빠의 죽음에 대한 진실 이상의 것. 바로 오빠의 실종으로 얼어버린 자신의 뜨거운 마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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