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사는 너 1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나중길 옮김 / 살림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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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애가 돈독한 형제나 자매들 사이에는 무엇인가 끈끈한 연결의 끈들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끈은 쌍둥이들 사이에서는 그 힘이 더욱 강력하다고 한다. 놀랍도록 생김이 닮아있고, 그 생김만큼 서로 닮아있는 하나의 몸에서 갈라져 나온듯한 두 사람. 쌍둥이의 신비함은 그래서 때로는 과학이나 학문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신비한 힘으로 미스테리라는 이름을 빌려 세상에 그 힘을 보여주기도 한다. 내 안에 사는 너는 바로 그렇게 돈독하게 맺여진 쌍둥이 자매와 그 자매의 쌍둥이 딸들이 만들어내는 끊으려 했으나 끊어지지 않는 신비한 힘을 소재로 한 이야기이다.


어느 날 단 한번도 제대로 만나보지 못했던 엄마의 쌍둥이 언니에게 재산을 물려받게 된 쌍둥이 자매. 서로의 모습이 너무도 닮아 미러 트윈스라 규정되어진 또 하나의 특별한 존재인 그녀들은 말 그대로 좌우대칭의 형태로 태어나 모든 생김과 내장기관까지 서로 맞닿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좌우 대칭인 그녀들은 그토록 닮았음에도 다른 부분이 존재하고 그녀들의 서로 다른 차이점은 그녀들의 엄마와 엄마의 자매가 그래왔던 것처럼 아주 오랜 시간동안 소리 없이 균열을 일으켜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를 하게 하는 치명적인 위협으로 작용할 위험이 된다. 어머니와 오랜 시간 왕래가 없었으면서도 조카인 자신들에게 막대한 재산을 물려준 이모. 그 이모의 조금은 특별하고 조금은 기괴한 유언을 따라 그녀들은 그녀들의 이모가 마지막을 살았던 아파트로 들어오고, 그곳에서 그녀들은 오랜 시간 유지해온 그녀들의 삶을 조금씩 뒤흔드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죽은 이모의 영혼과 그 이모들과 한동안의 시간을 보낸 연인, 그리고 그녀의 이웃들을 말이다. 그리고 그 안에 그녀들이 채 생각하지 못한 비밀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은밀하게.. 그리고 아주 위험하게..

오드리 니페네거는 전작인 시간 여행자의 아내가 영화화되어 큰 인기를 끌면서 주목을 받은 작가이다. 시간여행자의 아내는 시간여행이라는 다소 미래적인 소재를 다루었지만 주된 이야기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순간 시간을 거슬러 움직이는 남자를 사랑한 한 여인의 기다림과 불안함에 대한 이야기였기에 사랑의 아름다움 보다는 고통에 대한 이야기라는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었다. 그렇게 오드리 니페테거는 사랑을 이야기 하지만 그 사랑의 이야기 안에 조금은 생소할 것 같은 SF적 요소를 끌어다 놓았고, 아름답기만한 순수한 사랑과 상상을 이야기 하기 보다는 우리가 그저 환상으로 품었던 그 상상을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들과 버무려 아름답지만은 않은 그리고 그렇기에 더욱 아름다운 이야기로 만들어내었던 작가이기도 했다. 그런 작가의 두번째 작품. 내 안에 사는 너는 이런 작가의 전작과 여러 부분에서 비슷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자신들만의 비밀을 가지고 인생 전체를 건 게임을 한 쌍둥이 자매와 대를 이어 그 운명에 얽힌 또 다른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는 그래서 아름답기 보다는 고통스럽고 부드럽고 포근하기 보다는 언제나 불안하고 위태로운 위험을 끌어 안고 있는 느낌을 준다. 하나에서 갈라져 나온듯 닮은 자매들이 서로 다른 인생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고, 그 노력과 집착으로 인해 의도하지 않은 갈등에 놓이는 이야기. 그리고 그 집착으로 인해 문제가 겉잡을 수 없을 정도까지 얽히고 섥히는 이 이야기는 그래서 아름답다고는 말할 수 없는 사랑의 이야기이자 자매의 애증의 이야기이도 고통과 번뇌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죽어서도 매듭짓지 못한 자신의 인생을 위해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것도 불사하는 집착. 아름다워야 할 자매의 가족애마저 흐트려 놓은 집착이라는 또 다른 이름의 사랑은, 그래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도 용납되어서는 안되는 일이 있음을 말해주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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