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 케인
로버트 E. 하워드 지음, 정탄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10년 4월
품절


요즘은 부쩍 원작을 따로 둔 영화들이 많이 개봉을 하는 듯 하다. 이미 문학작품으로 탄탄한 작품성을 입증받은 작품에 영상이라는 또 하나의 영상과 감독들의 상상력, 그리고 약간의 각색을 통한 변화를 주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영화는 분명 여러면에서 책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책에서 다룰 수 있는 책만의 느낌과 풍부한 감성, 혹은 다채로운 표현력은 따라갈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같은 작품이라 할지라도 책과 영화는 다른 느낌과 다른 감동, 그리고 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대부분은 원작의 손을 들어 "원작소설을 뛰어넘는 영화는 없다."라는 속설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솔로몬케인 역시 그 많고 많은 원작이 따로 있는 영화로 만들어져 개봉한 작품이다. 대체적으로 이렇게 원작소설과 영화가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 나는 원작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는 편이다. 원작에서 다루었던 여러 이야기들과 이미지들이 영화에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비교하면서 보는 영화의 재미도 나름 또 하나의 재미요소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솔로몬케인은 그렇지 못했다. 원작이 따로 있는 작품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영화가 개봉을 한 후 솔로몬케인의 원작 소설을 한발늦게 만나게 되었다. 로버트 E. 하워드라는 요절한 천재작가의 이름과 함께 말이다.

솔로몬케인은 솔로몬케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단 한명의 영웅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어지는 하나의 스토리로 구성된 것이 아닌 한편 한편이 다른 소재를 가지고 있는 옴니버스 형식을 가진 이 이야기는 최근 각광을 받는 최첨단 무기로 중무장한 슈퍼히어로나 보통의 사람들은 구사할 수 없는 신비로운 힘을 가진 마법사들이 펼치는 화려하고 다채로운 이야기기 아니라 조금은 어둡고 조금은 음습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 그래서 영웅이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키크고 잘생긴 호남형의 인물을 떠올리게 하지 않는다. 이야기들처럼 은밀하고 어두우며 비밀스러운 영웅이라기 보다는 비밀을 간직한 사연많은 무사를 떠올리게 하는 쪽에 오히려 가깝다고 해야할까? 하지만 악을 응징하기 위해 다른 어떤 이유도 필요로 하지 않고 오로지 단 평화로운 세상을 바라는 단 하나의 목적으로 끝없는 여행과 외로운 싸움을 해나가는 솔로몬케인의 모습은 화려한 영웅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 안에 말로 설명하지 못하는 비장함을 담고 있기도 하다.

뱀파이어부터 사람들을 강탈하는 강도, 해적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적들을 만나 그들을 소탕하는 비교적 다양한 소재들 역시 솔로몬케인을 소설로 만나는 데 있어 또 하나의 즐거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읽는 내내 다소 아쉬웠던 점은 이야기들이 다소 단편적이고 짧은 토막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긴장감을 유지하며 한 권의 책을 즐기기 보다는 짧은 시간을 내어 토막토막의 시간을 즐기는데 더욱 알맞는 구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책의 저자가 젊은 나이에 요절을 한 탓에 이야기를 완벽하게 마무리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또한 약간의 아쉬움으로 더해지고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