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주의보
엠마 마젠타 글.그림, 김경주 옮김 / 써네스트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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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도 색깔이 있을까? 누군가의 뜨겁고 열정적인 사랑은 빨강, 누군가의 쿨하고 냉철한 사랑은 파랑, 누군가의 순수하고 깨끗한 사랑은 하양.. 이렇게 말이다. 사람마다 간직하는 사랑의 모양새는 조금 다르겠지만 그런 사랑들을 뭉뚱그려 하나의 색으로 선택해 그려내야 한다면 사람들은 어떤 색을 선택할까? 20대의 뜨거운 사랑이나 30대의 뜨겁지는 않지만 은근한 사랑, 그리고 10대의 풋춧한 사랑까지 모두 더한다면 말이다. 아마도 사랑에 가장 어울리는 색을 찾아 사랑을 칠하라고 한다면 사람들은 이 색을 선택할지도 모르겠다. 첫사랑을 떠올리면 발그래하게 물드는 양 볼에 깃드는 말간 핑크색 말이다.

분홍주의보는 바로 그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그것도 한없이 주저하고 망설이고, 고민하는 그런 사랑말이다. 뜨겁거나 차갑지도 못하고, 따뜻하거나 시원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그것마저 사랑인, 때로는 뜨겁고 때로는 차갑기도 한,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여름철 시원한 소나기처럼 내 마음을 적셔주기도 하는 그런 사랑에 대한 이야기. 그 이야기를 그 사랑만큼이나 망설인것처럼 그려낸 삽화와 함께 담아낸 책이 바로 분홍주의보이다.


사실 분홍주의보를 처음 대면할때에는 다소 당황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초등학생이 그린것처럼 얼기설기 끄적임이 반복되는 느낌의 그림들, 그리고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중구난방인 짧은 메모들. 결국 단 한번을 읽는 것으로는 무엇을 얻어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싶은 그림과 글들이 엮여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단 한번도 말을 하지 못한 어느 소녀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이 짧게 이어졌다가 끊어지고, 그 사랑에 대한 그림들이 이어내는 이야기를 이해하는데에는 그래서 두번의 시선이 필요했다. 그리고 두번째 분홍주의보를 읽으며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 아.. 이 소녀는 사랑을 알아가고 있는 거구나.. 사랑이 주는 설레임과 망설임, 그리고 가끔은 아프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는 그 마음들을 이 소녀가 이렇게 주저주저 하며 하나씩 알아가고 있구나..라고 말이다.

분홍주의보의 소녀는 사랑에 소극적이고 망설이는 설레임과 주저함을 모두 경험하는 소녀였다. 그렇게 사랑을 경험하고 사랑을 지나가면서 사랑에 대해 알고 사랑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 소녀의 주저함과 망설임처럼 어딘지 모르게 불분명하고 엉켜있는 그림들이 말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사랑이란 감정이 늘 불분명하고 엉킨 실타래처럼 난해하듯이 말이다.

사랑을 어렵게 경험하며 분홍이 물드는 분홍주의보에 대해 이해하게 된 벙어리 소녀는 이제 사랑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었으리라. 그리고 이제 사랑이 다가오면 그 전의 사랑보다는 조금 더 성숙한 모습으로 사랑을 맞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랑이 몰고오는 분홍주의보란, 그렇게 불분명하고 불확실하게, 언제나 망설이듯 서서히 물드는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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