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혈포 강도단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할머니들이 나오는 영화, 혹은 할머니들만 나오는 영화, 그것도 아니면 할머니들이 주인공인 영화. 몇해 전부터 우리 영화산업이 커지고, 소재가 다양화되어가면서 영화가 다루는 세대와 이야기들도 점점 다양화되고 있다. 그 중에서는 활기차고 경쾌한 삶을 만들어가고 있는 젊은이의 영화들 뿐 아니라 인생의 황혼기나 혹은 그 이후의 삶에 대해 그려보고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의 모습을 찾게 하는 영화들도 간혹 있었다. 진지하게 혹은 코믹하게 노년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들은 그래서 보이는 그대로가 아닌 그 이면의 다른 상상을 가능하게 하고 그 이상의 다양한 의미들을 찾아보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육혈포 강도단 역시 바로 그 노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이다. 검은 머리보다 하얀 머리가 더 많아지는 하얗게 세어가는 머리카락처럼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들이 더 많아진 사람들. 한때는 젊음과 활기로 인생을 주도했지만 이제는 젊은이들의 뒤에서 인생을 바라보고 그들의 힘에 의해 뒤로 물러나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인생이 얼마만큼 고단하고 힘겨운지 몸으로 체득하며 살았으나 그 힘겨움을 모두 버텨내고 살았음에도 안락함을 손에 쥐지 못하고 웅크린채 살아가는 누군가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육혈포 강도단의 세 여인 김정자와 손영희, 그리고 강신자는 모두 각자 다른 사연을 가지고 인생 최초의 해외여행을 꿈꾸는 여인들이다. 아픈 자식을 위해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에 들어간 동안 입양이 되어버린 아들을 찾기 위해 하와이에 가고자 하는 김정자와 언제나 엄마의 인생을 비난하고 엄마를 원망하는 딸의 원망을 힘겨워하는 손영희, 그리고 평생을 아들을 위해 살았으나 효도는 커녕 어머니를 짐짝 취급하는 아들에게 서러움을 느끼는 강신자. 이 세명의 여인이 노년이 다되어 계획한, 단 한번이 될지도 모르는 지겹고 힘든 일상에서의 탈출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하자 마지막 힘을 다해 그 마지막 소원을 이루고자 하는 처절한 노력이자 사회를 향한 반항이기도 하다.
 

영화는 보는 내내 코믹하고 유쾌하게 이 세 여인의 일상탈출을 위한 소원풀이를 보여준다. 자신들의 돈을 강탈당한 은행을 찾아가 자신들의 돈을 찾으려 하는 강도짓.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각자의 사연들이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영화를 나문희와 김수미, 그리고 김혜옥이라는 대한민국 대표 중견 배우들을 앞세워 즐겁게 꾸며내고 있는 것이다. 보는 내내 박장대소를 하고 폭소를 터트리게 하지만 그 안에 담겨진 사연들과 그들의 소중하고 절실한 소원들로 사회가 가지는 몰인정과 매몰참을 한번쯤 돌아보게 하는 영화. 그래서 그 웃음이 더욱 가슴 아프고 혹은 소중하게 여겨지는 영화가 바로 육혈포강도단이다.





육혈포강도단은 말 그대로 대한민국 대표 어머니부대인 나문희와 김수미, 그리고 김혜옥이라는 세명의 배우가 보여주는 뛰어난 웃음과 연기, 그리고 그들만이 할 수 있을 것 같은 독특한 캐릭터들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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