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센트 맨
존 그리샴 지음, 최필원 옮김 / 문학수첩 / 2010년 1월
절판


존 그리샴이라는 작가의 이름이 내놓는 몇가지 기대되는 사항들이 있다. 긴장감 있는 전개, 쉽세 접할 수 없는 법정 스릴러. 그 동안 존 그리샴이라는 이름의 명작들이 보여주었던 그 몇가지 특성은 존 그리샴이라는 작가에 대한 신뢰를 만들었고, 이제는 그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이런 즐거움들을 만끽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믿음을 가지게 한다. 그런 존 그리샴의 최초 논픽션. 이 단 한가지 사실만으로도 그 동안의 존 그리샴에 더한 생동감과 사실성까지 더해진 이야기를 기대하게 하는 이름의 책, 그 제목은 바로 이노센트 맨이었다. 늘 그래왔듯, 획기적인 사건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법정 스릴러를 펼쳐줄 그가 결백한 한 남자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는 것. 제목만으로도 참으로 여러 기대를 동시에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책이기도 했다.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그 사람에 파묻혀 세상의 고단함과는 격리된 듯 꿈꾸며 살아왔던 남자가 있었다. 언제나 힘겹고 숨찬 것들은 부모님과 다른 가족들에게 떠밀고 자신에게는 온갖 특권만이 허락된 듯 모든 것을 누리려 하던 그 사나이는 자신이 가진 재능을 펼치고 야구선수로서의 실력과 재능을 인정받으며 살고 있는 곳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그들의 기대와 축하를 한 몸에 받으며 점점 진짜 세상과 멀어지는 자신을 알지도 못한채 진정한 의미에서의 성장을 하지 못한채로 나이를 먹는다.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한번쯤은 생각치 못한 고난과 절망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채 말이다

더 좋은 것, 더 높은 것만을 생각하고 바라며 살아온 그. 그래서 그는 실패에 대처하는 방법도, 절망을 이겨내는 방법도 알지 못했던 것일까?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한번쯤은 찾아온다는 힘겨움에 그는 대책 없이 무너져 내린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는 어느 영화의 제목처럼 그의 추락은 그가 재능을 펼치며 살아갔던 야구장에서부터 지속적으로 문제를 일으켰던 사생활까지 더해져 그를 밑바닥 중의 밑바닥으로 끌어내리기 시작하고 그는 더 이상 사람들의 기대를 받는 존경받는 야구인도 사랑스러운 가족의 구성원일수도 없을 정도로 무너져 내린다. 야구인생에서 실패하고, 결혼을 실패하고, 이제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정신능력까지도 상실해버린 그에게 세상은 고개를 돌리고 경멸하고 비아냥대며 불신을 시작한다. 그에게 남은 것은 세상의 멸시뿐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가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다. 더 이상 세상의 호의를 받을 수 없게 되어버린 그에게 살인이라는 치명적인 혐의는 모든 것에서 관여받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받고 재판받을 권리까지도 앗아가기 시작한다. 모든 것들이 그를 향해 부정적인 칼날만을 들이밀며 그에게 살인자의 죄목을 종용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어쩌면 인간에게, 공명정대라는 절대적인 정의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아주 작은 것에도 이미지를 만들고 그것을 기준으로 삼으며 누군가를 평가하는 잣대로 사용하는 지극히 편협하고 편견어린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노센트 맨은 이전의 삶에서 모든 믿음과 기대를 저버리고 나락으로 떨어진 한 남자가 살인사건이라는 치명적인 범죄의 용의자가 되었을때 사람들이 얼마나 편견 어린 시선으로 그를 치우친 저울에 놓고 저울질을 시작하는가를 여과없이 보여준다. 가장 공평한 눈으로 사건 그 자체를 보아야 한느 법조인들부터 자신의 이익을 위해 주저없이 불리한 입장의 한 사람에게 불리한 거짓 증언들을 쏟아내는 또 다른 범죄자들, 그리고 그런 것들은 모두 사실 처럼 받아들이는 대다수의 사람들의 경멸어린 시선까지도 말이다. 그래서 이노센트 맨은 읽는 내내 나를 불편하고 힘겹게 했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마치 '너는 그들과 다른가?'라고 묻는 이야기 같아서 말이다. 그리고 그 질문을 누군가 했다면 자신있게 '나는 다르다.'고 말 할 수 없음을 들켜버린 부끄러움 때문에 말이다. 다행히 이노센트 맨은 이 불행했던 삶을 이유로 범죄자가 되어버린 이노센트 맨을 자유롭게 해준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바로 이러한 불합리한 기준이 적용되는 법체계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실화라는 점이다. 우리가 공명 정대하다고 믿고 신뢰하는 그곳도 때로는 편견과 부당한 시선들로 옳지 못한 결정을 내리는 현실. 바로 그 현실에 대해 씁쓸하지만 되짚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언급. 바로 그것이 이노센트 맨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핵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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