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아이단과 웜로드의 전설 기사 아이단 시리즈 2
웨인 토머스 뱃슨 지음, 정경옥 옮김 / 꽃삽 / 2009년 12월
절판


드라마틱한 전개와 아름다운 배경, 그리고 언젠가 한번쯤 나도 상상해보았던 것 같은 세상 밖의 세상, 혹은 단 한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상상이상의 세상. 판타지소설들은 그 장르만의 화려함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판타지라는 단어가 던져주는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인 세상을 그 단어만으로 그려내어주는 힘도 가지고 있다. 어른들에게는 한 때 자신이 꾸었던 꿈을 꾸는 기분으로,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언제나 그려보는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세상으로, 판타지 소설은 시대나 장르를 막론하고 가장 자유로운 세상을 제시하는 것으로 그 장르만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그래서 일까? 해리포터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를 뒤흔든 신드롬을 시작하여 반지의 제왕이나 캐리비안의 해적등 시리즈물의 판타지 영화들에서 그치지 않고 트와일라잇등의 새로운 판타지로 날로 영역을 넓여가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 말이다.

현실을 공유하는 반쪽의 세상, 앨리블
현실을 나누어 가지는 곳, 서로 만나지 못하지만 영향을 주고 받고, 마치 나처럼, 마치 너처럼 생긴 또다른 너와 내가 살아가는 곳, 한번도 가보지 못했거나, 혹은 평생을 걸려도 단 한번도 가지 못하지만, 누군가는 단 하나의 열쇠, 믿음만으로 그곳을 다녀올 수도 있는 곳, 기사 아이단의 이야기는 바로 그런 곳, 앨리블을 전제로 하고 있다. 나에게 영향을 주고 나에게 영향을 받는 나의 반쪽이 살아가고, 그런 반쪽들이 모여 만들어낸 세상 앨리블. 믿는 사람이 아니면 초대될 수도 없고, 가는 방법도 모른다는 그곳에 전작인 기사 아이단과 비밀의 문(왜 판타지 소설들은 다들 비밀로 시작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잠시 들었다.)은 이 책의 주인공 아이단을 초대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앨리블의 존재를 믿고, 그곳을 사랑하는 한명의 아이 아이단 말이다. 그리고 두번째 작품인 이 책 기사 아이단과 원로드의 전설에는 아이단이 아닌 또 다른 앨리블의 아이, 앤트워넷으로 이야기를 옮겨가며 책을 시작한다.

아이단처럼, 그러나 아이단과는 다르게..
첫 만남부터 특별함을 주었던 앤트워넷, 그리고 이미 앨리블에서 살았던 경험을 가지고 있던 아이단. 앨리블이라는, 누군가는 절대로 믿지 않는 그곳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두 아이는 처음부터 인연이라는 끈으로 묶여 있었던것처럼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고, 앨리블에 대한 아이단의 경험을 듣는 동안 아직 앨리엄 왕의 부름을 들은 적이 없는 앤트워넷은 자연스럽게 그 동경을 키워나간다. 아이단 처럼 앨리블을 믿고, 아이단보다 조금 더 똑똑한 듯 보이는 아이 앤트워넷은 아이단이 앨리블에서 만났던 그웬과 닮은 아이이고, 그웬의 글림스였으니 이들의 우정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아이단의 이야기로 앨리블로 가는 비밀을 풀게된 앤트워넷은 자연스레 앨리블을 방문하게 되고 그곳에서 아이단이 그랬던것처럼 기사단에 들어가기 위한 훈련과 시험을 거치며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는 뛰어난 기사가 되어 간다. 이제 책 속에서 앤트워넷이 해야할일은 아이단의 절친한 친구인 로비의 글림스를 찾아내는 것. 그리고 로비가 파라고어의 사람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믿는 자만이 갈 수 있다는 앨리블, 그곳에서의 앤트워넷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하고 있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혹은 가지고 있었던 판타지라는 이름의 세상.
아직은 어린 두 아이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존재하는 또 다른 세상 앨리블을 여행하고 그곳에서 기사가 된다는 이야기는 성인의 눈으로 보기에는 자칫 유치하고 허무맹랑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그래서 현실성이 없으니 아이들이나 읽는 동화가 아니냐고 말하고, 누군가는 유치한게 딱 만화영화같다고 말할지도 모를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개봉하는 수 많은 판타지 영화의 시리즈에는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가지고 몰린다. 그들 중에는 어린아이도 있고, 청소년도 있으며, 나처럼 그저 아름다운 상상의 세상이 궁금한 성인도 있고, 아이들을 데리고 극장을 찾은 부모도 있다. 누군가는 유치하고 말도 안된다고 하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가 왜 이토록 사랑을 받는 것일까? 아마도 그 이야기속에 언젠가 자신이 그렸던 어린날의 기억과 순수했던 마음이 묻어있기 때문이 아닐까? <기사 아이단과 웜로드의 전설>은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동심이라는 순수의 마음을 콕 찝어 짚어내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믿어야만 존재하는 세상 앨리블을 통해서 말이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누군가의 이야기와 누군가의 기억들을 순수히 믿는 마음에서 시작하는 이야기.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책을 읽는 동안 조금은 순수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고나 할까? 추운 겨울, 해가 바뀌는 이 시간에 잠시 현재의 나와 어린날의 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고 말이다. 판타지소설, 이 장르의 매력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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