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목마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소연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9년 10월
품절


사람들이 삶을 대하는 방식에는 여러가지 모습이 있다. 어떤 사람은 큰 것을 걸고라고 큰 것을 얻을 기회를 잡고, 그 기회로 인해 모든것을 잃기도, 모든것을 얻기도하는 굴곡진 삶을 추구하고, 어떤 사람은 작은 것을 얻더라도 지금의 삶에서 안정과 평안함을 얻는 것을 행복이라 여기며 조금은 지루하지만 그것까지 감내한 움직임 없는 삶을 추구하기도 한다.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행복을 추구하는 까닭에 사람들이 인생에 걸쳐 경험하는 것과 그 삶을 살아가는 방식들은 모두가 달라지게 되지만, 단 한가지는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 있다. 모두가 어찌되었던 조금씩은 움직이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위든 아래든,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말이다.

나도 살고 싶어!
<회전목마>의 주인공 케이치는 3년여의 민간기업 근무에 지칠대로 지쳐 일이 조금 한가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공무원이 되기로 결정한다. 이유는 하나, 일은 너무나 힘들고, 살긴 살아야겠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민간기업에서 코마타니 시청의 공무원이 된지 9년, 시간외 근무도 없고, 고된 스케쥴도 없는 한가하고 한가한 시청직원으로 근무를 하는 동안 바깥 세상은 재미없는 공무원이 되어버린 케이치를 안쓰럽게 생각하던 친구들의 시선을 월급 꼬박꼬박 나오고 보너스까지 챙겨나오면서 일은 한가한 선택받은 직장의 수혜자로 보게 할 정도로 점점 각박하게 바뀌어 있다. 빠르게 돌아가던 도심지의 생활에서 한발 물러나 다른 곳보다 한박자 느리게 가는 듯한 코마타니의 시청직원으로 이제 익숙해진 케이치, 그런 그에게 어느날 코마타니 내의 아테네 마을 재건사업이라는 임무가 주어지게 된다. 그리고 케이치는 코마타니 시청의 공무원이 된 이후 처음으로 어쩌면 바쁜 일이 될지도 모르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어 그동안 천천히 느리게만 흘러갔던, 그래서 조금은 지루했던 삶에서 약간은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게 된다.

코마타니나 대한민국이나 다를바 없는 정체된 정부공무원들
아테네 마을의 리뉴얼 추진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케이치는 아테네마을의 리뉴얼을 계획하면서 경직된 코마니티시의 관리체계라는 한계에 계속해서 부딪치게 된다. 좀 더 새롭고 좀 더 혁신적인 이벤트로 시 이외의 사람들에게 아테네 마을이라는 테마파크를 알리고 이를 시작으로 코마타니라는 시의 인지도를 올리는 점진적인 변화를 위해 시도해보아야 할 여러 기획안들이 단치 기존의 것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상부와 마찰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발전을 요구하면서도 변화는 두려워하는 체제, 그래서 조금씩 앞으로 나갈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혁신은 불가능한 현실, 그 안에서 케이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타협가능하면서 새로운 시도가 가능한 안들을 만들어내게 되고 이것으로 점차 조금씩 달라지는 아테네 마을의 변화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아테네 마을처럼 서서히 변화하는 케이치
이 책의 주인공 케이치는 분명 바깥 세상의 숨막히게 빠른 속도와 압박을 이겨내지 못해 답답하고 지루하지만 변화가 없고 덕분에 한가한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선택한 사람으로 표현된다. 이미 변화에 적응하거나 혹은 변화를 선도하지 못하면 낙오하는 세상의 쓴맛을 본 케이치, 그래서 그는 그 숨막히는 절박함에서 살아나기 위해 안정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 안정되다 못해 경직되어 있는 공직사회, 스스로 변화를 요구했을때 혹은 변화로 시작하는 발전을 꿈꾸었을때 그 안정과 경직성이 자신의 발목을 잡아채는 족쇠가 되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말이다. 그래서 케이치는 아테네 마을을 통한 변화의 시도에서 매번 답답함을 토로하고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자신에게 딱 맞아떨어지는 사회는 어느곳에도 없는 이 세상처럼 말이다. 아테네 마을로 대변되는 한산하지만 변화가 없는 테마마을은 그래서 우리 사회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경직되고 고루한 어느 부분을 상징하기도 한다. 케이치가 시도하는 아테네 마을의 변화는 그래서 케이치 자신의 변화이고, 사회의 가장 더딘, 그러나 꼭 이루어져야 하는 변화이기도 하다. 케이치는 아테네 마을 리뉴얼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점점 스스로를 변화시킨다. 조금 더 열리고, 조금 더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으로 말이다. 물론 여전히 안정을 추구하지만 조금의 변화는 받아들일 줄 아는 열린 구성원으로서의 변화. 큰 원을 벗어나지는 않지만 위로, 아래로, 그리고 앞으로 앞으로 움직이는 회전목마처럼 말이다. 물론 회전목마는 돌도 돌아 제자리로 오게 될른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케이치가 그렇게 아테네 마을의 변화를 이끌어가며 아들인 텟페이의 일기에서 모습을 바꾸었든 사람은 그 변화로 언제나 살아갈 또 하나의 힘을 얻는 다는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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