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버드의 어리석음 - 세상을 바꾸지 않은 열세 사람 이야기
폴 콜린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09년 9월
품절


흔히 하는 말 중에 '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 차이.'라는 표현이 있다. 많은 사람들의 추앙을 받고 위대한 인물로 역사에 기록되어 있거나 그럴지도 모르는 천재와 세간의 비웃음을 받거나 혹은 아무에게도 어떤 관심도 받지 못한채 존재에 대한 흔적도 남지 않을 바보가 어찌해서 종이한장 차이라는 걸까? 천재와 바보는 천양지차라는 표현이 맞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조금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천재와 바보가 종이 한 장의 차이밖에는 존재하지 않는 다는 말이 어쩌면 진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될 것이다. 천재와 바보는 정말로 종이 한 장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단지 그 차이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또 그 차이가 불러온 조금의 변화가 얼마간의 간극을 만들어내는지가 천재와 바보라는 결론으로 마무리 되는 것 뿐.

13인의 어리석은 자들. 그들의 시작과 끝에 놓인 공통점

<밴버드의 어리석음>은 바로 이 천재와 바보 사이에서 간발의 차이로 바보가 되어버린 13명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모두 다른 시대의 사람. 모두 다른 일들을 하던 사람. 모두 다른 배경과 다른 목적을 추구했던 사람들인 13인의 이 바보들은 때로는 일생을 불운하게 살아가기도 했고 때로는 인생의 어느 시점에 자신의 인생의 절정에 도달하기도 했으며 때로는 지식인으로, 때로는 혁신적인 사고를 하는 선구자로 추앙받기도 한 인물들이다. 모두다 조금은 다른 인생의 길을 걸었지만 그래도 이들에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시작과 끝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그 남다른 인생의 시작에 있어 모두가 다른이들은 생각하지 못했던 창의성을 가진 이들이었고 그 창의성으로 자신의 인생을 이끌거나 혹은 이끌어내려했던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또 그렇게 시작한 인생의 끝이 이제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모두가 망각한 존재로 마무리 되었다는 것 또한 공통점일것이다.


천재가 될 수 있었던 바보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들이 모두 잘못된 사고와 잘못된 결정으로 옳지 못한 인생을 살았던 실패한 인생 혹은 잊혀져야 함이 마땅한 인간이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것이다. 앞서 거론했듯이 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의 차이이며 이 차이는 그들의 의지로 시작되기도 하지만 그들의 의지가 아닌 것으로 시작되기도 하였으니 말이다. 인류의 위대한 인물들의 현재에 이르러 많은 존경과 추앙을 받는 것은 그들의 사고와 그들의 업적이 현대의 인류에게 거대하거나 혹은 핵심적인 가치로서 인정받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해도 틀림이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천재와 바보가 갈리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그들에게 있기 보다는 역사가 혹은 인류가 그들을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시대의 요구에 너무나 충실히 부흥했기 때문에 한때는 부와 명성을 동시에 누릴 수 있었던 존 밴버드나 마틴 파쿼 터퍼는 그 시대에는 선택받았으나 시대의 흐름이 그들을 더 이상 요구하지 않았기에 잊혀졌고, 이타적인 목적을 가지고 인류를 위한 거대한 목적을 달성하려 했던 프랑수와 수드르는 당시의 시대에 선택받지 못했기에 이미 이전의 시대에서 잊혀져 버렸으며, 나름의 성공과 목적을 달성했으나 시대의 체제가 그를 보호하지 못한 탓으로 엉뚱한 이에게 그의 영광을 넘겨주어야 했던 이프레임 불이 잊혀지기도 했으니 말이다.


위대한 이름, 시대와 재능이 어울려야 탄생 가능한 신의 걸작품

누군가의 추앙을 받는 인물이 살아있을 당시 그의 재능과 뛰어난 지성이 빛을 발해 그에게 보상을 해줄 수 있다면 더더욱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적 관점이나 사람들의 요구가 상상 다채롭게 변화하는 탓에 어떤 위인은 살아생전 영광의 빛을 보기도 하고, 어떤 인물은 죽어서야 그 이름을 새롭게 알리기도 한다. <밴버드의 어리석음>은 종이 한 장의 차이로 천재였으나 바보로 기억되는, 혹은 기억조차 되지 못하는 다양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음으로써 천재 혹은 위인이 개인의 능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뛰어난 재능과 부단한 노력끝에 자신의 토양을 마련한 정직한 사람의 재능 위에 사람들의 관심과 시대적 배경의 선택이라는 거름이 있어야만 탄생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만든다. 천재나 혹은 위대한 인물이 되는 것은 단지 개인의 재능만을 가지고는 가능한 것이 아니며 지금 우리가 위인이나 천재의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롤모델로 삼는 많은 이들이 언젠가는 어리석은 13인의 이야기 목록에 14번째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천재와 바보는 정말 종이 한 장 차이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마도 예스와 노의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천재를 만드는 것은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여기에 시대의 요구와 다양한 요소들이 더해져 선택되어지는 하나의 걸작품이라는 것으로 대체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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