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딸
마크 탭 외 지음, 김성웅 옮김 / 포이에마 / 2009년 9월
절판


당신에게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을 어디에선가 받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아마도 저의 가족입니다..라고 대답하지 않을까? 나를 낳고 길러주신 부모님, 나를 든든히 지켜준 언니나 오빠, 그리고 나의 보호와 관심을 언제나 사랑스러운 눈으로 기다리는 동생.. 그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래서 그들의 아픔은 나의 아픔보다 더욱 아프고, 그들의 기쁨은 나의 기쁨보다 더욱 기쁘다. 그들이 나의 가족이기 때문에..

사고로 죽은 딸, 사고에서 유일하게 살아난 딸

어느날 두 가족에의 딸들에게 사고가 일어난다. 학교의 버스를 타고 가던 두 가족의 딸은 교통사고를 당하고, 한 가족의 딸은 사고로 즉사를 당하고, 한 가족의 딸은 그 사고의 유일한 생존자로 살아 남는다. 그렇게 두 가족은 사랑하는 딸들의 사고 앞에 슬픔과 기쁨을 동시에 맞는다. 사고로 즉사한 한 가족의 딸은 휘트니 세락, 뉴웰 세락과 콜린 세락의 막내 딸이며 언니인 칼리와 동생인 라이자 그리고 자매와 같은 산드라와 한 가족을 이루며 모든 가족이 한 학교의 동문인, 단란하고 평화로운 가족의 일원이다. 사고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는 로라 반 린, 아버지 돈 반 린과 어머지 수지 반 린의 막내 딸이자, 언니인 리사와 오빠인 케니, 마크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가족의 즐거움이다. 세락 가족은 딸의 죽음앞에 눈물을 흘리고, 반 린의 가족은 사고 중 유일하게 살아난 막내 딸 로리를 간호하기 위해 병원으로 달려간다. 세락의 가족은 막내 딸 휘트니의 영결식을 준비하고, 반 린 가족은 로라가 다시 웃을 수 있게 간호를 시작한다.


다시 돌아온 휘트니, 먼저 하늘로 간 로라.

5주의 시간이 지난후 두 가족에게 놀랄만한 사실이 드러난다. 침상에 누워있는 여학생이 로라 반 린이 아닌 휘트니 세락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사고 후 영결식까지 마친 세락 가족에게 휘트니가 살아서 돌아오고, 5주간 온 가족이 매달려 기도하고 간호하며 눈으 을 뜨고 다시 웃어주길 바랬던 로라는 이미 죽은 사람이 되어버린다. 사고 당시 육안으로는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던 처절한 사고, 그리고 죽은 딸의 모습을 차마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던 세락 가족의 마음, 병원에서 치료를 진행하던 중에도 얼굴을 확인 할 수 없었던 로리의 상태들이 섞여 만들어낸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이야기, 그것이 바로 뒤바뀐 딸의 이야기이다..


아픔을 이겨낸 두 가족의 이야기.

<뒤바뀐 딸>에는 완벽한 행운도 완벽한 행복도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딸이 죽고, 누군가의 딸이 살아 돌아온 이야기는 다시 누군가의 딸이 살아나고, 누군가의 딸은 죽었다는 반쪽짜리 해피엔딩임과 동시에 반쪽짜리 새드무비일 뿐이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던 이유는 무엇일까? 누군가의 기쁨이 누군가의 눈물이 되었다면 어짜피 그런 이야기는 세상에 많고 많은 흔한 이야기일 뿐인데 말이다. 아마도 그것은 이 가족들이 슬픔과 아픔을 이겨내는 과정이 주는 특별함에 있을 것이다. 딸을 사고로 잃은 세락의 가족은 딸을 잃은 슬픔을 슬픔만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자신들이 믿는 종교의 힘을 빌어 안타까움과 사랑의 마음으로 남은 가족들을 위로하는 데에 사용한다. 떠나간 딸이 행복할 것이라 믿고 기도하며 남은 가족들이 슬픔에 빠지지 않도록 배려하는 힘을 발휘함으로써 떠나간 딸에 대한 마음을 달래는 세락가족은 가족을 잃었을때 끝없는 슬픔속으로 자신들을 밀어넣기만 하는 슬픔의 모습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비현실적이지만 그것이 아픔에 빠져 있는 것 보다는 나은 방법임을 느끼게 해준다고 해야할까? 살아남았다고 믿고 있었던 막내 딸 로리가 사실은 휘트니였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반 린의 가족 역시 남다른 방법으로 슬픔을 이겨낸다. 그들이 로리의 상태를 기록해 나가던 블로그는 이제 로리가 아닌 휘트니의 일기가 되고 살아남은 휘트니를 자신들의 딸 로리를 보는 눈으로 바라봄으로써 로리에 대한 마음을 다독이고 세락 가족에게도 힘을 주는 배려를 보여준다.


불가능해 보일 것 같은 그들의 힘.

<뒤바뀐 딸>에 나오는 두 가족의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은 사실 우리에게는 조금 낯설다 싶을 만큼의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충분히 슬퍼하고 더 많이 아파하는 것이 먼저 세상을 떠난 가족에 대한 사랑을 대변하는 것이라 생각해오는 우리의 문화와는 다르다. 그들은 남은 가족들을 위로하고 남아있는 사람들과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에 대한 기억을 나눔으로써 그 슬픔을 다독이니 말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떠나간 사람을 그리워하는 상처 속에 묻혀 지내는 것이 과연 그 사람을 위하는 것일까? 남아 있는 사람들은 또 남은 삶을 살아야 하는데 말이다. 어쩌면 오랜 아픔과 상처로 그 사람을 기억하는 것 보다는 그 사람과 나누었던 행복했던 기억으로 그 사람을 기억하는 것이 먼저 떠난 사람에 대한 더 좋은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뒤바뀐 딸>을 통해 해보게 된다. 세상을 먼저 떠난 그 사람도 남은 가족을 아낌없이 사랑했던 또 한명의 가족이었으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