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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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사랑한다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사랑이라는 말을 내뱉기위해 사람들은 그 안에 얼마만큼의 감정들을 한꺼번에 담고 있는 것일까? 사랑이라는 감정을 만들기 위해 도대체 얼마만큼의 깊이가 필요한 것일까? 그리고 그 사랑이 언젠가는 내 어깨에 온전히 내려앉아 영원히 함께 하리란 약속을 하는 그날이 오기는 하는 것일까? 수 많은 노래와 수 많은 영화와 수많은 책들이 사랑을 말하고 사랑을 설명하고 사랑을 그려내려고 하지만, 언제나 사람들은 사랑에 대해 궁금해하고 알고 싶어하며, 사랑을 원하고 사랑을 꿈꾼다. 사랑이란 어쩌면 어떤 말로도, 어떤 그림으로도, 어떤 선율로도 설명해낼 수 없는, 그래서 더욱 그립고 갈구하게 되는 대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을 아름다워하는 것.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못생긴 여자와 그렇지 않은 남자의 사랑 이야기이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책의 주인공인 '그'는 정확하게 잘생겼다는 설명이 나오진 않지만 탤런트 출신의 미남 아버지를 꼭 닮았다는 말을 볼때 아마도 꽤나 미남이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와 함께 책 속에 나타나는 또 한명의 남자 '요한'역시 탤런트 출신 미녀 어머니를 두었다는 설정을 볼때 아무래도 미남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등장인물은 '그'의 '어머니'와 '그녀'를 제외한다면 모두가 미남이나 미녀가 아니었던가 잠시 생각해본다. 물론 등장 인물 자체가 몇 되지 않은 탓도 있으리라. 미남인 '그'와 너무도 못생겨 사람을 얼게 만들 정도였던 '그녀'의 사랑이야기. 그것이 현실이 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몇 해 전 공전의 히트를 쳤던 '내이름은 김삼순'의 삼순이마저, 평소보다 좀 더 살을 찌워 나왔을 뿐, 일반인에 비해 뛰어난 미모를 가진 탤런트로 등장인물을 써야했을만큼 '미'에 대해 절대적인 가치를 두는 세상에서, 못생긴 얼굴 하나로 사람을 얼어붙게 만들 정도의 '추녀'가 사랑을 이루게 될 확률은 얼마나 되는 것일까? 아름다움이 사람이 사람으로 태어나 당연히 한번쯤은 누려야 할 감정조차 사치로 만들만큼 그토록 절대적인 것일까? 책은 그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저 보이는 아름다움은 그것일 뿐이라고, 그것은 아름다움이지만 그것만이 아름다움은 아니라고 내내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동안, 아름다움 이상의 아름다움과 그것을 보는 눈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게 만들었다. 아름답지 않은 어머니를 둔 탓에 아름답지 못했으나 아름다웠던 한 여성을 사랑했던 '그'를 이해하고, 세상으로부터 아름답지 못하다고 손가락질 받았으나 사실은 너무도 아름다웠던 '그녀'를 향해 어렴풋이 애정을 쏟게도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이 책의 힘이 아니었을까?

 

조용히, 그리고 강렬하게..

화려한 미사어구도, 자극적인 사건도 없다. 그저 '그'와 '그녀'의 사랑만이 있을 뿐인 책이다. 어찌보면 한없이 평범하고 지루할 수도 있었던 이 책을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던 것은, 이 책이 나를 자극하고 나를 흥분하게 만들었던 것이 아니라, 조용하고 차분하게 이해하고, 공감하고, 느끼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런 사건이 없어도, 그저 그들의 낮은 읊조림 뿐이라도, 이 책은 그것만으로 내 모습을 돌아보고, 나를 다독이고, 내 눈을 맑게 해주었다. 그리고 그래서 이 책을 오랫동안 아주 강렬하게 기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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