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인의 징표
브래드 멜처 지음, 박산호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9월
절판


전 세계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베스트 셀러는 바로 성경이라고 한다. 한권의 책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면 그저 그럴뿐인 성경, 하지만 이 성경에는 그 자체만으로 오랜 역사가 담겨있고, 성경만으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내기도 했으며, 전 세계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종교의 책이자, 학술적인 의미로도 꽤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이름 그대로 성스러운 경전이기 이전에 신비로운 책이자 위대한 역사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을 읽혀오고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의 눈에서 한 순간도 벗어난적이 없는 것만 같은 바로 이 성경에 대해 아직도 끝없는 이야기들과 숨겨진 비화들이 존재할 것이라는 사람들의 상상력이 발휘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일지도 모른다.

다빈치 코드를 연상시키는 제목, 그러나 그것과는 또 다른 이야기.

카인의 징표는 언뜻 몇해전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덴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를 연상시킨다. 기독교라는 거대한 종교와 많은 사람들에게 이미 널리 알려진 그림, 그리고 여러 상징들이 가르치는 하나의 진실이라는 몇몇 요소들은 이 두개의 소설을 연장선에 놓고 비슷한 소설일 것이라고 추측하기에 별 무리가 없어보이기도 한다. 또 일부분은 그런 느낌을 받게 하는것 또한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카인의 징표>라는 이름의 이 소설이 그저 댄 브라운의 다빈치코드의 아류작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그건 아마도 이 한권의 책을 모두 읽고 난 다음에야 결정할 수 있을 듯 싶다.


형제의 이야기가 아닌 부자의 이야기.

<카인의 징표>는 성경에 나오는 최초의 살인사건인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다. 형보다 아우를 선택한 아버지와 그 사실에 분노한 카인이 아벨을 죽이는 이야기. 성경 최초의 살인사건이자 존속살인이기도 한 이 사건은 그래서 오랜 세월동안 가장 잔인하고도 참혹한 살인사건의 하나로 기억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 카인은 가장 큰 살인을 저지른 죄인이라고.. <카인의 징표>는 바로 이 사건을 조금 다른 측면에서 해석하고 여기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슈퍼맨시리즈의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첨가함으로서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해낸다.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를 카인과 아벨이라는 형제의 관점이 아닌 카인과 카인의 아버지 아담, 그리고 더 넓은 의미의 아버지인 하나님의 이야기에 슈퍼맨 시리즈의 작가 제리 시걸과 그의 아버지 미셀 시걸의 이야기를 동일선상에 놓아 형제의 이야기가 아닌 부자의 이야기로 새롭게 만들어낸 것이다.


카인의 징표로 남은 슈퍼맨의 진실

<카인의 징표>는 카인이라는 성경적 인물을 제목으로 내세우고 있긴 하지만 정확하게는 성경을 은유적인 상징으로 이용한 슈퍼맨의 작가와 그 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 점이 바로 다빈치 코드와는 가장 확실하게 구분되는 <카인의 징표>만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암호해독 전문가나 고대 문명이나 성경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기호학자가 출연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한, 그래서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가지고 있는 한 청년이 주인공이라는 점, 필연적으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들이 총동원되는 해박한 사전적 이야기들이 아니라 그저 인간적인 사연과 고통의 기억이 그들을 사건에 휘말리게 한다는 점 또한 다빈치 코드와는 확연하게 구분되는 <카인의 징표>만의 특징이 될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 그들의 진실

<카인의 징표>는 두 부자가 감당하지 못할 거대한 사건에 우연치 않게 휘말리는 과정이나 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보다는 조금 더 치밀하게 표현해내고자 하는 점이 있다. 바로 오랜 세월속에 희미해진 부자간의 정, 그리고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해야 했던 각자의 상처들이 치료되는 과정을 담아내었다는 점이다. 과실치사이긴 했지만, 자신의 손으로 부인을 죽이게 했던 아버지와 그 원인을 제공했다고 스스로 자책하는 아들.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끊을 수 없는 고리가 그들을 서로 끝없이 잡아당기지만 그들은 그들 사이에 놓인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서로를 찾을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우연하게 놓인 하나의 사건을 통해 그들은 하나로 엮이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용서하게 되는 것이다. 카인의 징표로 제목지어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부자관계가 끼어든 것이 아니라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그 사건이 풀어놓는 것 같은 느낌. <카인의 징표>는 어떤 거대한 사건도 가족의 가치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것을 알리는 징표로 끝맺는다. 다빈치 코드처럼 전 인류의 관심사를 끌어모으는 지적 호기심을 상상했다면 <카인의 징표>는 어딘지 부족한 느낌을 주는 소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관심보다 한권의 책을 통해 가족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는 관점이라면 <카인의 징표>가 남긴 상징은 충분하지 않았을까? 인류의 숙제나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나나 당신에게 더욱 중요한 것은 바로 <카인의 징표>가 담아낸 가족의 가치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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