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남자를 믿지 말라 스펠만 가족 시리즈
리저 러츠 지음, 김이선 옮김 / 김영사 / 2009년 8월
품절


호감과 비호감의 차이는 어디에서 생길까? 가끔 첫인상이 너무 좋았던 호감형 훈남이었던 누군가가 아주 작은 노선 이탈로 비호감으로 급격하게 급을 달리하며 뇌리에서 분리된 경험. 아마 한번 이상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이 차이는 아마도 처음 내가 받았던 훈훈했던 호감에서 비롯된 반작용도 큰 것이 아닐까? 처음 받았던 인상이 너무 좋은 나머지 아주 조금의 실망도 완전 비호감 요소로 전락해버리는 것 말이다. 그냥 그저 그런 첫인상의 평범남이었다면 그럼 그렇지 정도의 아무것도 아닌 작은 오류로 생각하고 말았거나 관심도 두지 않았을지 모르는데 말이다.


서른살 사립탐정. 모든것이 의심부터 시작하는 여인 이자벨

가족 전체가 모두 같은 직종에 종사하며, 가족구성원들이 회사의 구성원인 스펠만사. 우리나라에는 아직 존재하지 않지만 외국에서는 종종 드라마나 소설의 소재로 이용되는 사립탐정회사인 스펠만사에는 오랜시간 스펠만사를 이끌어온 아버지와 어머니 이외에 이제 서른이 된 여자 사립탐정 이자벨이 있다. 이자벨 이외에도 데이빗이라는 뛰어난 오라버니와 사고뭉치의 여동생 레이가 있지만 데이빗은 너무도 뛰어난 오빠였기에 스펠만사의 사립탐정이 아닌 정규교육과정을 훌륭하게 수료한 후 현재 변호사로 일하고 있고, 사고뭉치 여동생 레이는 아직 미성년자이다. 오랜시간 가족의 회사에서 사립탐정이라는 일을 해온 이자벨. 그녀는 직업적 특성 때문인지 아니면 천성이 그런것인지 정상적인 것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아주 작은 틈새부터 모든 것들을 의심하는 한마디로 말하면 의심병말기상태의 여성이다.

모두가 특이한 스펠만 가족.

물론 이자벨만 그런것은 아니다. 타인들의 비밀이나 혹은 범죄에 연루되어 있을 가능성을 가진 이들의 뒤를 캐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스펠만가의 사람들이기에 이 가족. 어딘지 모르게 혹은 대놓고 다들 조금씩은 이상하다. 아빠는 갑자기 생전 관심없던 스스로의 체력과 몸상태 관리에 들어가 가족들의 의혹을 사고, 엄마는 야밤에 홀로 나가 누군가의 오토바이를 끝없이 망가뜨린다. 오빠인 데이빗은 비교적 정상적인 가족을 꾸리고 살고 있었지만 어느날 갑자기 아내가 가출을 하고 급격하게 우울한 상태로 떨어지며, 마지막으로 이제 열 다섯살이 된 여동생 레이는 마흔네살의 헨리와 알 수 없는 유대관계를 유지하는 통에 스펠만가에 수시로 아동보호센터의 직원들이 의구심을 가득 담은 눈초리로 가구조사를 하게 만든다. 도대체 어느 누구 하나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는 보여지지 않은 스펠만가의 사람들. <네 남자를 믿지 말라>는 바로 이 스펠만가의 사람들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자벨의 목표물. 그를 조사하라.

이 말도 안되고 웃기지도 않은 가족들 주변에 단 한사람. 이 가족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정상적이기까지 한 경찰 헨리 스톤이라는 인물이 더해지며 <네 남자를 믿지 말라>는 정상인과 사이코의 중간에 서서 애매한 중심을 잡아가며 이야기를 진행시키는데, 이 책의 주요 사건은 스펠만가의 옆집으로 이사를 온 존 브라운이라는 이름의 남자에 관한 것으로 설정된다. 잘생기고 인상까지 좋은 훈남 존 브라운의 출현은 이자벨의 마음에 약간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그를 열한번째 남자친구의 목록으로 편입시키고자 했던 이자벨이 이 남자에게 접근하면서 아주 조금 느꼈던 이상한 점들이 커져가기 시작한다. 원래는 호감을 느끼고 데이트를 하려했던 한 여자가 갑자기 자신의 집에 잠겨진 문을 열려고 하고, 무단으로 주거침입을 시도했다면? 당연히 그 여자에 대해 느꼈던 호감만큼 반감이 더욱 더해지지 않을까? 존 브라운은 그녀를 멀리하기 시작하고 이자벨은 그에게 집착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이자벨이 존 브라운의 뒤를 캐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네 남자를 믿지 말라>이다.


유쾌하고도 즐거운 스펠만가의 의심 혹은 호기심.

<네 남자를 믿지 말라>는 사실 제목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사랑에 빠진 한 여성이 자신의 남자를 믿지 못해 뒷조사를 하는 이야기들을 담은 것처럼 보였던 제목과는 다르게, 그저 의심이 일상이고, 뒷조사가 직업인 한 여성의 지나친 집착이 불러온 웃지못할 헤프닝에 관한 이야기니까 말이다. 하지만 <네 남자를 믿지 말라>는 그 낚시성 제목에도 불구하고 꽤 다양한 인물들에 얽힌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담겨 있고, 조금은 비정상으로 보이는 이자벨의 주변에 그녀를 아끼는 정상인들의 모습이 조금씩 다른 방법으로 채워지면서 유쾌하고도 즐겁게 이야기들을 풀어간다.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블랙 코미디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할만큼 이야기는 허무하게 정리되어 버리긴 하지만 책을 덮고 나면 한가지에 집중하기 시작하는 사람의 본능이 어떻게 집착이라는 비정상적인 결과로 이어지는지, 또 그 집착이 얼마나 사람을 아둔하게 만드는지에 대해서도 조금은 생각하게 만드는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하다. 또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독자와 함께 그것들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겪기 때문에 그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볼 수 있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