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마라, 눈물이 네 몸을 녹일 것이니 - 인도가 내게 가르쳐 준 것들
이화경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0월
절판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환상을 가지게 하는 나라나 도시가 있다. 어떤 사람은 파리를, 어떤 사람은 뉴욕을, 어떤 사람은 로마를 꿈꾸며 한번은 그곳에 다녀오고 싶다는 바람. 그 작은 소원은 그것이 이루어지거나 혹은 이루어지지 않거나 결과에 상관없이 늘 사람들을 들뜨고 꿈꾸게 한다. 그것은 어쩌면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을 떠나 아무도 나를 모르는 그야말로 생면부지의 곳에서 꼭 한번은 찾고 싶은 나 자신에 대한 소망인지도 모르겠다.


살기 위해 한숨을 몰아쉬며 떠난 그곳. 인도

<울지마라, 눈물이 네 몸을 녹일 것이니>는 소설가 이화정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도생활을 담은 에세이집이다. 윤성학의 소금시의 일부분을 제목으로 붙인 이 책에는 그녀가 인도를 향해 짐을 꾸리던 때와 다시 돌아오던 때까지의 모든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울지마라, 눈물이 네 몸을 녹일 것이니>라는 이 책의 제목처럼 눈물에 녹아내릴지 모를 자신을 살리기 위해 울음을 참고 떠났던 곳 인도에서 얼마간의 시간을 보내며 그녀가 그토록 원했던 스스로를 찾는 시간을 얻었던 이야기. 그리고 그녀 자신을 위해 스스로를 다독이는 법을 터득했던 과정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한 권의 고백서와 같은 느낌. <울지마라, 눈물이 네 몸을 녹일 것이니>는 그래서 그저 일상의 일들에서 교훈이나 깨달음을 얻는 보통의 에세이보다는 조금 무겁고 깊은 울림을 준다.

인도는 그저 인도일뿐.

그렇다고 하여 <울지마라, 눈물이 네 몸을 녹일 것이니>가 한없이 깊이 내려앉는 칙칙한 느낌인 것은 아니다. 중간중간 그녀가 인도생활을 하며 알게 되었던 인도에 관련한 정보나, 문화와 사회의 흐름, 그리고 그녀가 속했던 곳에서의 사람들의 시선들을 담기도 하고, 그것은 가끔 여행객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가 되어주기도 하고 혹은 인도의 역사와 사회적 분위기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정보가 되기도 한다. 그녀의 경험 속에 녹아든 인도는, 인도라는 말 속에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는 신성함과 신비로움 이외에도 그들이 오랜 시간 사회적으로 역사적으로 받아들이며 생활했던 카스트제도(카스트제도 아래에 언터쳐블이라는 계급에 대한 이야기는 다소 놀라운 것이기도 했다.)나 신화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단순한 표현으로 함축할 수 없는 그들만의 복잡하고 다중적인 분위기로 표현되기도 한다.

인도로 떠올릴 수 있는 많은 것, 그 이상의 이야기.

인도라는 단어 아래 흔히 떠올리는 것들은 그것이 많을 수록 다양하고 모순적이다. 종교의 발상지이자, 문명의 발상지이고, 엄청난 인구가 모여 사는 나라이며 신과 신비가 섞여 살아가고 있는 나라. 엄격한 신분제도가 오늘날까지도 그들의 삶을 나누는 기준이 되고 가난과 빈곤으로 대표되는, 세상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한 불쌍한 나라, 그러면서도 뛰어난 문화수준으로 때로는 어느 곳보다 우월한 나라. 바로 그곳이 인도이다. 책 속에 언급한대로 인도의 사람들이 인도를 표현하는데 인도는 인도이다라는 다소 말이 안되는 듯한 정의를 내리는 것은 인도가 인도라는 단어 이외에는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이고 다양한 시선들을 한데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따뜻한 물에 몸을 녹이듯, 나를 녹여 쉬게 하는 곳

눈물에 녹아내릴지 모를 자신을 살리기 위해 울음을 참고 떠났던 곳 인도에서 작가는 <울지마라, 눈물이 네 몸을 녹일 것이니>라는 짧고도 강렬한 다독임과 충고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녀는 눈물로 자신을 녹아내리게 하는 것을 막기 위해 떠났던 인도에서 그녀 자신의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어 안는 법을 배우고 돌아온 듯 하다. 잠시의 휴식과 잠시의 유랑이 그녀에게 준 것은 스스로를 찾아 헤매는 방황의 시간이 아니라 녹아 없어질 것 같은 고통속에서 스스로를 보듬어 안아 온기를 찾아주는 안정의 시간이 아니었을까? 인도가 그녀에게 특별했던 이유는 그녀를 따뜻하게 보듬어 쉴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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