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페리온 을유세계문학전집 11
프리드리히 휠덜린 지음, 장영태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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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책을 읽으며, 책 속에서 많은 것들을 발견하고 만나게 된다. 때문에 책이 주는 선물은 옛 선현들의 지혜와 명망 높은 학자의 지식뿐 아니라, 때로는 고뇌이며, 때로는 고통이고, 때로는 번뇌이며, 때로는 갈등이다. 손에 들고있는 것만으로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고 탐내하는 값진 것만을 기대하고 책을 잡기 보다는, 나처럼 삶을 살아가는 누군가에게서 나와 같은 고뇌, 나와 같은 고통, 나와 같은 번뇌와 갈등을 엿봄으로써 나 혼자 이 외로운 길에 홀로 떨구어져 있는 것은 아니라는 위안을 얻고 싶은 때도 분명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 힘겨움은 때로는 아주 사소한 개인사이기도 하고 때로는 나의 힘으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원대한 야망이기도 하다. 

 



 

 

조금은 어렵고 어색한 만남, 독일의 시인 휘덜린.

<휘페리온>의 작가 휘덜린은 사실 나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인물이었다. 문학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특별히 독일문학에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던 것도 그 이유이겠지만 휘덜린이라는 작가가 소설가이기 보다는 시인으로 조금 더 알려져 있다는 것이 아무래도 주요한 이유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고전문학을 많이 읽은 편에 속하지 않기도 하지만 특히나 시 보다는 소설을 선호하는 개인적인 취향 때문에 독일이 아닌 어떤 문화권의 문학자들도 시인의 이름은 내게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의 그룹에 속해있었기 때문이리라..생소한 이름의 작가, 그리고 생소한 이름의 이 책한권은 그렇게 아주 어색한 분위기로 내 손에 들려있게 되었다. 그리고 첫 장을 펼쳤다.

 



 

 

독일의 문학, 거대하고도 장엄한 시 속에 고되하고 번민하는 인간 휘페리온이 살고 있다.

<휘페리온>은 책의 주인공인 휘페리온이 친구인 벨라르민와 연인인 디오티마에게 보내는 편지들을 묶은 형식을 취한다. 벨라르민의 답신은 담겨 있지 않고 디오티마의 답신은 그 양이 휘페리온이 디오티마에게 보내는 것보다 훨씬 적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책 전체는 휘페리온과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나 설명을 하고 있다기 보다는 휘페리온 자신의 고백들로 채워져 있는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것이다. 휘페리온은 언제나 고민하고 갈등하는 존재이다.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고 연인인 디오티마에 대해 고민하며, 친구인 알라반나와의 관계에서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경험하는 흔들리는 존재.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언제나 고민하고 나아가 신과 인간의 합일에 대해 상심하고 희망하는 휘페리온. 언제나 모든 대상 앞에 흔들리며 고민하는 휘페리온의 모습은 유약하지만 강건하고, 우유부단해 보이지만 때론 결연한 다중적이고 그렇기에 나와 같은 모습인 인간의 본성을 잘 보여준다. 

 


 

 

어렵지만 다시 보아야 할 책.

<휘페리온>은 결코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글자 하나하나에 한가지의 의미를 눈에 보이는 그대로 담고 있는 친절함도 없다. 또 책 한권이 한편의 확장된 서정시라는 평처럼 일반적인 서술체의 문장이 아닌 지극히 시적인 문장으로 전체의 내용을 담아내고 있기에 한줄한줄의 의미와 한글자 한글자의 내용, 행간의 쉼표까지 모두가 무겁고 가득한 의미들을 숨기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책이라고 하면 분위기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될까? 이렇게 쉽지 않은 책 한권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작가의 불후의 명작으로 손꼽히며 후세에 재평가 되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그 안에 인간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삶을 넘어 이상을 향해 달려가고자 하는 꿈을 꾸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좌절하고 쓰러짐에도 결국은 다시 그것을 쫓는 인간의 근본에 대한 무한한 질문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결코 쉽지않은 책. 그러나 쉽지 않은 영화가 사람들을 두번 세번 끌어당기며 매번 새로운 질문과 새로운 답을 내어놓듯, 휘페리온 역시 한번의 질문과 답이 아닌 여러번의 질문과 답을 통해 나를 찾는 근본의 질문에 대한 답을 내어놓을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을 품게 하는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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