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미초 이야기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사람들은 모두 한 두가지쯤은 버릴 수 없는 기억과 버리고 싶지 않은 추억들을 가지고 살아간다. 오랜 시간이 지나 내가 가진 기억이 맞는 것인지 아닌지조차 확실하지 않게 되어버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에게 그 기억이나 추억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머리를 떠나 이미 마음에 남아버린 과거의 시간들은 나로서는 어찌 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담겨있기 때문에 오랜시간 나에게 남아있는 것이고, 때로는 그 기억들 때문에 현재를 더욱 의미있게 받아들이도록 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누군가는 말했다. 사람들은 추억을 먹으며 살아간다. 추억이든, 추억이라 이름붙일 수 없는 잔인한 기억이든 사람들은 모두가 과거를 곱씹으며 살아갈 힘과 동기를 얻는 것임에는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지나간 과거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곤 한다.

 





 

사라진 고향속에 절대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의 이야기.

<가스미초 이야기>는 이제는 지명이 사라진 가스미초를 고향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이노의 가스미초 시절 이야기이다. 이노의 과거이자 이제는 이노의 기억속에서 살아있을 뿐인 가스미초.. 그 가스미초에는 이노의 사진사 할아버지와 데릴사위였던 또 한명의 사진사 아버지, 그리고 어머지와 아름다운 할머니, 첫사랑인 하루코와 친구들을 비롯한 많은 이야기들이 남아있다. <가스미초 이야기>는 이노의 기억이자 이노와 관련이 있었던 많은 사람들간의 추억에 관한 짧은 8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일종의 시간 기록장인 셈이다. 8개의 짧은 이야기들은 모두 각자 다른 사연들을 담고 있지만 모두 추억이고 모두 이노라는 공통의 분모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노의 이야기이자 가스미초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아련한 고향의 이야기 속에 남은 그리움을 만나다.

<가스미초 이야기>의 모든 이야기들은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를 고 있다. 이제는 세상에 없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위대한 사랑부터, 오랜 시간을 사진이라는 한가지 일에 전념해온 고집스런 할아버지와 그의 제자였던 아버지의 이야기. 할머니와 이름모를 노신사, 노신사와 할아버지, 노신사와 아버지, 노신사와 어머니, 이노와 하루꼬, 이노와 마치코, 리사와 해리, 다니와 이노, 그리고 할아버지와 이노의 이야기가 작 이야기들을 채우고 있고 이노는 그 이야기들에 모두 공통적으로 그리움을 담아낸다. <가스미초 이야기>라고 이름지어진 이 책의 이야기는, 사실은 가스미초의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가스미초에서 한 시절을 지낸 이노의 사람에 대한 그리움들을 담아내는 이야기이니 것이다.

 





 

사람, 언제나 그리운 존재여..

사람들은 늘 사람들 속에 살아가면서도 언제나 사람들을 그리워한다. 사람 때문에 상처를 받고 사람 때문에 아파하면서도 언제나 사람을 향하고 사람이 없어 외로움을 느끼는 알 수 없는 존재. 그리고 그 자신 조차도 사람인 존재.. 많은 이들이 추억이라 부르는 것들은 그래서 어떤 것도, 어떤 곳도 아니고 어떤 사람에 대한 기억이 될 수 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수 많은 사람들에게 고향은 그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이 아니라 자신의 행복했던 기억을 공유했던, 그리고 그 기억을 만들어준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인 것이다. 가스미초를 향해 언제나 그리움을 쏟아내는 이노의 8편의 이야기에 늘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유년 시절의 향수를 통해 현재를 달래어주는 다독임.. 그 따스한 기억이 바로 <가스미초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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