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새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15
마르턴 타르트 지음, 안미란 옮김 / 들녘 / 2009년 9월
품절


사라진 여인, 한 쌍의 부부

<검은 새>의 기본을 이루는 소재의 줄거리는 다소 간단하다. 아이를 가지기 힘든 여인과 그의 남편, 그리고 남편의 내연녀. 아내는 아이를 원하고, 이 부부의 관계는 점점 아이를 가지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다. 남편은 아내의 바람을 부담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고, 점점 관계는 소원해진다. 아내와는 다르게 아이를 가지는 것이 가능한 여자. 사랑하는 아내를 닮았으나 모든것이 아내와는 다른 여자. 그 여자를 만나고 남자는 아내에게서 잃어버린 것과, 아내가 아닌 것들을 제니라는 이름의 여자에게서 얻기를 원하게 된다. 어느날 밤, 한 쌍의 내연관계의 남녀는 다툼을 벌이고, 남자와 헤어진 제니라는 이름의 여자는 그 밤 이후로 모습을 감춘다. 사라진 여인을 찾아내는 추리소설의 형식을 띈 이야기. 바로 <검은 새>는 이렇게 시작한다

남편과 아내, 그리고 부부

<검은 새>가 특별한 이유는 그저 재미를 위해 쓰여진 추리소설에 의미를 정하지 않는 다는 점에 있다. 이 소설은 표면상으로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과정을 그리는 추리소설이지만, 사실은 부부로 살아온 두 남녀의 갈등과 내면의 변화, 그리고 각자 다른 남녀가 아닌 부부로서의 문제들을 보여주는 심리소설에 가깝다. 남편은 아내와의 틈을 메우기 위해 외도를 하고, 아내는 충격적인 사건에 연루되어 체포된 남편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뛰어다니며 남편의 외도사실을 맞딱드린다. 아내는 사건의 해결보다 남편의 배신에 충격을 받고 집착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고, 남편에 대해 느끼는 배신감과 아내로서 남편을 믿어야 한다는 또 다른 감정 사이에서 끝없이 갈등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내는 남편을 의심하게 되고 후반부에는 남편이 유죄임을 확신하지만 결정적인 증거에 대해서는 함구하기로 한다. 부부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을법한 어찌 보면 특별하지 않은 사건들은, 남자의 외도의 대상이었던 여성이 실종됨으로써 특이할만한 사건으로 번지고, 그 과정에서 아내의 감정은 겉잡을 수 없는 혼란속으로 빠져든다. 그저 사랑하는 남과 여자 아닌, 12년의 시간을 함께 살아온 남편과 아내, 그리고 부부라는 이름으로 묶인 이들이기에 그 감정의 혼란이 가능했던 것이다

끝나지 않는 것들.

<검은 새>는 끝을 맺지 않는다. 불임이었던 이들 부부에게 시험관 아기라는 새로운 제시하며 조금의 빛을 허락한다. 성공이 보장된 결말도 아니고, 완전한 실패로 두 사람을 추락시키지도 않은채 언제고 다시 시작하는 것도, 그리고 이미 일어났던 일들처럼 서로를 의심하고 배신하는 것도 가능한 그런 상태.. 그 상태로 이야기를 종결한다. 마치 세상의 모든 부부가 어떤 상황에서도 시작과 끝을 모두 선택할 수 있다는 것처럼.. 선택은 그저 당사자들의 몫일 뿐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끝일수도, 시작일수도 있을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역시나 끝은 알 수 없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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