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지식인의 서가를 탐하다 - 책과 사람, 그리고 맑고 서늘한 그 사유의 발자취
김풍기 지음 / 푸르메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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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책장을 살펴보는 것은 때로는 생각지도 못한 정보를 주기도 한다. 책들을 정리해놓은 가지런한 책장에서 그 사람의 정리벽을 찾아내기도 하고, 책장에 꽂힌 책들의 종류를 살펴보면 그 사람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앞으로는 어떤 것들을 위해 삶을 살아갈 것인지를 알 수 있기도 한다. 개인의 서재에서 이런 것들을 찾을 수 있는가 하면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유명한 책들을 살펴보는 것으로 그 시대의 분위기와 추구하는 가치, 그리고 지향하는 최종 목적지를 그려볼 수 있기도 하다. 책은 그렇게 한권한권이 의미와 색깔을 띄는 것이지만 책을 골라 책장에 꽂아넣은 주인의 성품이나 가치관이기도 하고, 책을 둘러싸고 있는 시대의 사회적 분위기와 문화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좌표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하자면 책의 안과 바깥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한권의 책을 만들어내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조선 지식인들의 서가, 그 안에서 조선을 발견하다.

<조선 지식인의 서가를 탐하다.>는 조선시대에 유행했거나 조선과 관련을 맺고 있는 27권의 책에 대한 이야기이다. 단순히 책을 소개하거나 책을 쓴 작가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놓은 책 소개집이 아니라, 당시 공식, 비공식적으로 문인들에 의해 읽혀졌던 책, 또 반드시 문인들이 아니라 할지라도 많은 사람들에 의해 읽혀졌던 책, 서당에서 아이들이 배웠던 초등기본서와 조선과 연관을 맺고 있는 중국의 책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총체적으로 모아놓고 있다. 앞서 잠시 말했던 조선이라는 시대를 관통하는 사회, 문화적 분위기와 함께, 왜 그 책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또는 외면 받았으며, 현재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몇몇의 책들이 당시에는 소각될 위험에 놓이는 금서로 분류되었는가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하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을것이다. <조선 지식인의 서가를 탐하다.>에서 소개하고 있는 책들은 우리가 중.고교 시절 학교에서 교과서로 배웠던 박지원의 연암일기부터, 한때는 거의 모든 이들의 초등교재로 분류되었던 찬자문, 저명한 유학자인 맹자와 소설집인 금오신화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각각의 책에 대한 얽힌 이야기들과 함께 책의 유통과 전래과정에 이르는 간략하지만 충분히 자세한 내용들이 책을 채우고 있으며 고대문학에 정통한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관심을 가지고 쉽게 읽을 수 있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어 비교적 쉽고 빠르게 읽히는 책이기도 하다.


책 속에 흐르는 안과 밖의 내용을 모두 주의하라.

<조선 지식인의 서가를 탐하다.>를 읽으며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사실 하나를 들자면, 책은 책장 안의 내용만으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시대에 구애되지 않고 오랜 시간을 읽혀온 책들에는 시대를 막론하고 통용되는 진리에 가까운 선현들의 가르침이 존재하지만, 그것 또한 당시의 시대를 충분히 이해했을때 그 가치를 더한다는 사실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책을 저술하는 저자의 사상과 그 책을 읽는 독자의 선택은, 단순히 개인적 취향으로 치부되기에는 너무나 많은 사실들을 함축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물며 그것이 오랜시간을 흘러 지금에까지 높은 가치로 인정받고 있는 고전이라면 더욱 더 높은 이해와 관심을 가졌을때 책의 안과 밖을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단순한 재미로 읽은 책들도 분명 존재하긴 한다. 하지만 그 재미를 위한 책 한권에도 많은 사람들의 선택이 뒤따른다면 그 이면에는 그 책이 관심을 끌만한 시대적인 요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할때, 한권의 책이 가지는 의미는 책장안의 글자뿐이 아니라 책 바깥의 새로운 의미도 더해지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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