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장르의 책들을 골고루 읽는 것이 가장 좋은 독서법 중 하나라고는 하지만 계절에 따라 시간에 따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특정 장르가 존재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것이다. 여름이 되면 음악은 댄스음악이, 영화는 공포나 액션이 흥행을 이루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많고 많은 책의 종류중 여름철에 특히 사랑을 받는 장르는 누가 뭐래도 추리 소설이나 판타지 장르가 아닐까? 차분하게 일상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에세이나 감성을 자극하는 시에 비해 속도감이 뚜렷하고 읽는 동안이나마 잠시 더위를 잊어버리게 할 수 있는 흥미진진함이 바로 추리소설의 가장 큰 장점일것이다. 여탐정, 하무라 아키라 대부분의 추리 소설들이 액션에 능한 남성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 것에 반해, 이 책 <의뢰인은 죽었다>는 여성 탐정이 주인공이다. 사이가 좋지 않던(유하게 표현하자면) 언니였을지연정, 친언니의 자살을 막지 못하고 그 이유가 본인에게 있다는 자책을 안고 살아가는 상처받은 여성이지만 끝없이 사건을 통해 죽음이라는 단어를 마주해야하는 그녀의 직업이 만들어내는 일종의 딜레마는 아키라를 끝없이 무심하게 만들고 한없이 냉정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녀만의 냉철함과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여러 사건들을 해결해나가는 나름 유능한 탐정이기도 하다. 9개의 사건 해결담을 묶은 이 책은 각각의 이야기가 별도로 존재하지만 이야기 가장 처음의 사건과 맨 마지막 사건까지를 모두 연결하는 연결선이 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돌리지 못하게 하는 매력도 가지고 있다. 화려한 액션에 대한 장황한 묘사도 없고, 심하게 자극적인 표현도 없지만 오로지 추측과 가정, 추리들로 사건을 매듭짓는 그녀만의 사건해결 스타일은 오히려 신선함을 주기도 한다. 조금은 아쉬운 뒷마무리. 추리소설을 읽다보면 종종 용두사미의 기운을 느끼게 될때가 있다. 뭔가 거대한 뒷배경이 있을 것 같이 이야기를 끌어내었다가 막판의 마무리가 아쉬운 경우 말이다. <의뢰인은 죽었다>의 경우도 뒷마무리가 약간은 아쉬운 편인데, 특히 유주얼 서스팩트나 아이덴티티 등의 유명한 반전영화들을 익히 보았다거나 다른 추리소설들을 이미 다량 섭렵한 독자들이라면 조금은 아쉬운 마지막 반전(?)이 안타깝지 않을까 싶다. 이미 많이 유행하고 있는 마무리방정식이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이라고 해야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만나기 쉽지 않은 여성탐정의 이야기나 모든 이야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짜임새를 반감시키는 마무리를 제외한다면 막바지 더위가 조금 남아있는 이 시기에 참 잘 어울릴 추리소설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