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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잘린 뚱보 아빠
나이절 마쉬 지음, 안시열 옮김 / 반디출판사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남자에게 있어 마흔이라는 나이는 어떤 시기일까? 아마 자신이 이룬 가족에 대한 책임에 익숙해지고 더 나아가 늘어만 가는 책임들에 눌려 조금은 답답하고 조금은 도망가고 싶은 시기가 이때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보다 더 나이가 있는 어른들이 들었다면 아마도 '한참 일할 나이지~'라고 하셨겠지만 '한참일할'나이라는 것은 그만큼 금전적인 책임과 사회적인 위치에 대한 억눌림 또한 크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테다. 경기 불안이 나라를 뒤흔들고 더 나아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요즘, 마흔에 잘린 뚱보 아빠는 남의 집 이야기라고 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구조조정이다 명예퇴직이다 하여 실제로 어른들이 말하는 '한참 일할' 나이의 마흔의 가장들이 직장에서 나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한참 일할, 가장 쉬고 싶은지도 모르는 마흔의 뚱보 아빠.
<마흔에 잘린 뚱보 아빠>의 뚱보 아빠 나이절은 사실은 꼭 찝어 잘렸다라고 표현하기에는 다소 부자연스러운 면이 있다. 회사가 좋지 않은 국면에 이르러 구조조정이 시행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회사의 중역으로서 일한 경력도 있었고 회사측에서도 그에게 선택할 수 있는 버스의 '좌석' 몇개를 제시했기에, 그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잘린 것이 아니라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참 일할'나이의 나이절은 왜 마흔의 나이에 회사에서 나와 휴식의 시간을 가지기로 계획하게 될 것일까? 아마도 수 많은 마흔의 뚱보 아빠들이 그 이유에 대해 수백가지가 넘는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마흔의 뚱보 아빠들은 지금도 설사 그것이 '잘린'것일지라도 휴식을 절실하게 꿈꾸고 있을테니까..<마흔에 잘린 뚱보 아빠>는 바로 이 수 많은 마흔의 뚱보 아빠들이 가지지 못한 잠시의 휴식을 선택하고 그 기간 동안 그가 얻었던 지혜와 깨달음들을 재치있고 너무나 유쾌하게 풀어놓는다. 자신이 이루어 놓은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그토록 매달렸던 일의 결과가 때로는 그 이상의 것들을 잃게 할지도 모른다는 경고와 함께 그가 보낸 휴식을 통해 그가 얻을 수 있었던 좋았던 것들을 즐거운 에피소드와 함께 풀어놓음으로서 <마흔에 잘린 뚱보 아빠>도 가끔은 쉬어가야 함을, 그리고 그것이 때로는 <마흔에 잘린 뚱보 아빠>가 원하는 가장 큰 행복에 더욱 더 가까이 가는 길임을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다.
<마흔에 잘린 뚱보 아빠>가 잡아야 하는 균형.
사람들은 행복을 꿈꾼다. 그리고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들은 그 꿈을 가족의 행복에서 찾기를 원한다. 수 많은 마흔의 뚱보 아빠들은 그래서 더욱 땀을 흘리고 잠 잘 시간을 쪼개어 일을 하고 있을것이다. <마흔에 잘린 뚱보 아빠>의 나이절 또한 휴식을 가지기 전에는 그렇게 살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잠시 일을 늦추고 선택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휴가를 통해 그는 그가 진정 원하는 행복이란 자신이 사회생활을 잘해서 돈을 많이 벌고 사회적 지위를 높임으로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돌아보고 그것을 얻기 위해 다른것을 포기할 수 있는 결단력과 균형감각을 지닐때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반드시 <마흔에 잘린 뚱보 아빠> 나이절처럼 회사를 접고 9개월의 휴식을 가질 필요는 없다. 책을 읽어 보는 것 만으로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들이 너무나 분명하게 보여지니 말이다. 단지 지금 필요한 것은 인생의 끝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인생을 두루 둘러볼 잠시의 여유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