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머니 경제학 스펙트럼총서 (스펙트럼북스) 6
이리에 아쓰히코 지음, 김정환 옮김 / 스펙트럼북스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몇년 전 쯤 저 유명한 작곡가 겸 가수 엘튼 존이 결혼식을 올린다는 뉴스를 본적이 있다. 엘튼 존이라면 어린 시절 내가 아주 좋아했던 디즈니의 애니매이션 라이온 킹의 주제곡을 부른 가수가 아닌가. 나이가 꽤 들었을 것인데 왜 이제야 결혼을 한다는건지..라는 생각을 하다 문득 떠오른 사실이 하나 있었다. '엘튼 존은 게이다.' 게이인 엘튼 존이 결혼을 한다? 예상대로 상대 역시 남성이었고 엘튼 존은 결혼식에 웨딩드레스를 입을 계획이라는 기사들이 눈에 띄고 있었다. 엘튼 존은 영국에서 기사 작위를 받은 인물이기도 했다.

 

공개되지 않은 거대한 핑크머니

신사의 나라로 알려진 영국이지만 어느 곳 보다 게이에게 관대한 나라 영국. 그리고 그 영국에서 형성되고 소비되는 게이들의 경제활동에 대한 총체적인 설명을 담은 책이 바로 이 책 <핑크 머니 경제학>이다. 경제학이라는 책의 제목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크게 경제학스러운 용어들이 등장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책의 저자는 경제학을 전공하고 연구하는 경제학자가 아닌 영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일본인이며 동시에 게이인 인물이다. 그저 게이 중의 한 사람으로서 그의 눈에 비친 게이의 경제활동과 그 구조를 평범하게 설명하고 표현해내고 있기 때문에 그저 경제적인 배경지식이 풍부하지 않더라도 상식적인 선에서 책을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랄까? 그렇다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핑크 머니란 도대체 어떤 것일까? 핑크 파운드라고 명명되어진 이 돈 뭉치들은 쉽게 말하면 게이들이 얻고 소비하는 경제활동을 일컫는다. 그저 일상적인 생활에 필요한 일반적인 것들이 아니라 게이의 성향에 맞추어 보통의 성정체성을 가진 이들과는 조금 다른 패턴으로 사용되는 돈들 말이다. 책을 펼치기 전의 나의 예상을 뒤엎고 이 책의 저자가 주장한 바를 그대로 받아들이자면 이 핑크머니는 현재 드러난 규모만도 엄청나며 앞으로 드러나게 될 규모 또한 예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다고 한다. 소비할 수 있으나 소비할 곳을 찾지 못해 흘러가지 않는 정체된 핑크머니들에 대해 작가는 '그대들의 시야를 조금만 넓게 가지면 새로운 소비시장을 형성하고, 이를 넘어 경기를 부양할 새로운 대안을 찾을 것'이라는 사고의 유연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주장은 단순히 경제를 일으켜 보자라는 경제학 적인 관점을 위해 주장된 것은 아니다. 경제라는 실생활에 가장 밀접하고도 성정체성에 관계없이 모두가 공유해야할 사회체제를 통해 게이들도 사회를 구성하는 대규모의 구성원이며 그들을 존중하는 것이 모두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는 의미를 담아, 일종의 게이 인권 향사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할까?

 

영국, 일본, 그리고 한국

영국에서 살고 있는 일본인 게이 작가는 현재 영국에 거주하며 새롭게 발견된 핑크머니의 가능성을 통해 자국인 일본에서도 인정받는 인격으로서의 게이의 역할을 주장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까이 위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는 일본과 비교해서 어떨까? 최근 커밍아웃을 하는 게이들의 숫자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전통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다른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이어온 우리나라도 여전히 이런 성 소수자들에 대해 그다지 관대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례적으로 트랜스 젠더인 하리수나 게이로 커밍아웃한 홍석천등 몇몇의 연예인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책속에 소개된 영국의 사례처럼 커밍아웃을 한 정치인이나 스포츠스타는 거의 전무하다 시피하다. 그만큼 아직 우리 사회는 이런 소수자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되어 있는 것일테다. 물론 한번에 문화를 바꿀 수는 더더욱 없는 일이다. 그러나 최소한 이런 이들이 존재함을 인정하고 그들을 바라보는 눈을 조금은 유연하게 하는 것이 어쩌면 우리 모두를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이다라는 생각을 한번쯤은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이 이 책을 덮고 난 뒤 우리가 해야 할 몫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