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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이후 - 새 시대 플랫폼은 무엇인가
김대호 지음 / 한걸음더 / 2009년 8월
평점 :
어느 날, 뉴스 속보가 전해졌다. 속보는 투신에서 위독, 다시 죽음의 내용들을 담아 매시와 매분, 매초를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그 앞에 누군가의 이름이 붙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한나라의 국가원수이셨던 분의 죽음에 대한 소식은 모두를 황망한 지경에 몰아넣고, 숨 조차 쉴 수 없을만큼 나라 전체가 고요했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들이 거리를 걸어다니고, 작은 상자안의 속보라 칭해지는 내용들의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 조차 없어 멍한 눈인 사람들도 많았다. 사람들은 모두 한 곳을 향한 채 있었으나 말문을 여는 이 조차 없었다. 그것이 그날에 대한 나의 기억이다. 그리고 다시 나라가 울부짖었다. 한 나라의 최고 통치자였던 시골의 촌부는 그렇게 마지막까지 나라를 뒤흔들고 우리에게 메세지를 남겼다. 이제 남은 것은 우리가 그 메세지를 바로 깨닫고 따르며 걸어나가는 것이리라.
거대한 사건 이후, 우리가 해야할 일과 우리가 보아야 할 것들
참여정부는 국정을 운영하던 시절 이전의 어떤 정부보다 많은 언론의 뭇매와 국민들의 질타와 의문을 받아내었던 정부로 기억된다. 그리고 이제 참여정부의 시절을 지나 새로운 정부를 맞이한 이때 국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사건을 맞이하고 이를 기점으로 참여정부에 대한 자칫 소홀했을지 모를 회상과 평가를 다시 시작한다. 그리고 이 책, <노무현 이후> 역시 그런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노무현 이후>에서 저자는 참여정부를 평가하기 위한 여러가지 경제지표와 그의 업적들을 기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참여정부가 그토록 많은 언론의 질타와 국민의 외면을 받았던 이유, 그리고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사회적 배경과 정치적인 혼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로 설명될 수 있는 리더십과 사회체제들간 괴리들을 참으로 폭 넓게 설명한다. 또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던 여러 오류들과 그 오류들이 불러온 잘못된 결과들의 인과관계를 비교적 쉽게 설명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노무현 이후>는 참여정부로 불리워 지는 5년간의 국정운영을 찬양하고 비호하기 위한 내용을 담은 것이 아니라 한편의 책으로 참여정부 집권당시의 잘잘못과 손익을 최대한 폭 넓게 설명하고자 하는 책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원칙과 상식을 중요시하고 이에 따라 신념을 끝까지 지켜내려 묵묵히 자신의 길을 주장한 인간 노무현에 대한 애정과 현 정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담겨있다.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바로 보자는 것.
책의 내용은 사실 정치나 경제에 전혀 관심이 없던 이들이라면 그다지 흥미롭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수 많은 경제 지표를 설명하기 위한 숫자와 도표가 담겨있고, 정당간 노선을 설명하기 위해 여러 이념들이 등장하며, 정책을 평가하기 위해 적지 않은 수의 전문용어들도 등장하니 말이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의미를 지니는 것은 과거를 살펴보는 눈이 가져야할 기준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시비비를 가려 네 잘못 내 잘못을 가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거의 오류가 현재에도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해야하는 것들, 그리고 그러기 위해 우리가 가져야할 폭 넓은 시야와 새로운 시각들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는 자기 반성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이끌어가는 사회 역시 오류를 범하고 잘못을 기록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발전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과거의 오류를 다시 범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눈을 가지고 미래를 준비하기 때문이 아니던가. 이 책은 바로 그런 눈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