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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세계일주 레이스
밸리 챈드라새커런, 스티브 헬리 지음, 권성환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6월
절판
빨리 돌아오는 사람이 승자, 각자 반대의 방향으로 달린다.
이 책의 주인공 스티브와 밸리는 서로가 살짝 다르게 기억하는 과정을 통해 한명의 최고급 스카치 위스키를 걸고 세계일주를 계획한다. 세계일주는 그냥 천천히 관광하는 식의 유람이 아니라 엄연히 레이스이다. 빨리 도착하는 사람이 이기는 것. 규칙은 간단하다. 비행기를 타지 않고 육로와 해로만을 이용할 것. 그리고 각자 다른 방향을 정해 반대로 레이스를 진행한다. 속도와 환경은 조금 더 개선되었지만 과거의 많은 사람들이 해왔던 그 방식 그대로 하늘을 날지 않고, 땅이나 바다를 통해 대륙과 대륙을 건너는 방식. 스티브와 밸리의 레이스는 서로의 레이스가 진행되는 과정을 각자의 관점에서 지극히 주관적이고 지극히 감정적으로 교차방식으로 풀어낸다.
서로 다른 두 사람, 여행도 각자 스타일대로~
<기발한 세계일주 레이스>는 각자가 상대를 감시하지 못하는 형태인지라, 각각의 개인적인 취향과 스타일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잔머리 빠르고 약사빠른 밸리는 규칙을 깨고 비행기를 타는 속임수를 통해 시간을 확보함과 동시에 이 세계일주는 '레이스'라는 점에 중점을 두는 반면, 스티브는 충실하게 룰을 지켜 육로와 해로만을 이용해 세계일주를 진행하고, 속도가 조금 늦어지더라도 각 대륙마다 본인이 보고 싶어하는 것과 경험하고 싶어하는 것들을 모두 한번씩은 거치며 '세계일주'를 한다. 다시 말하자면 밸리는 '레이스'를 스티브는 '세계일주'를 한 셈이 되는 것이다. 아무래도 제목을 정정해야 할 듯 싶은 생각도 든다. <스티브의 기발한 세계일주와, 벨리의 기발한 레이스>로...
각각 다른 대륙, 모두 다른 나라를 직접 경험하고 눈으로 관찰하다.
<기발한 세계일주 레이스>의 가장 큰 재미는 각자 관점이 다른 두 명의 남자가 같은 대륙내에서도 다른 나라를 경유지로 삼아 여행을 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다양한 문화와 국가적 특징들을 설명한다는 점이다. 한 문화권에 속하기에 비슷할 것 같은 동일 대륙내에서도 두 사람이 설명하고 있는 각각의 국가는 독특한 그 나라만의 특징들을 가지고 있으며 각각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의 눈을 거쳐 설명이 되는 이유로 그 차이가 극명하게 느껴진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랄까? 한권의 책에서 모든 국가를 다 만날 수 없는 것이 조금은 서글플 정도로 유쾌하고 즐겁게 진행되는 이 책의 특성상, 조금은 주관적이지만 이렇게 즐겁게 국가의 특징이나 문화의 특징들을 설명할 수 있는 책이 또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긴것은 나뿐만은 아닐것이다. (밸리가 비행기를 타는 통에 더욱 포함된 국가나 도시가 줄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못내 안타까울 따름이다.)
무모한 도전, 유쾌한 결말
<기발한 세계일주 레이스>는 레이스를 망각하고 세계일주에 조금 더 중점을 둔 스티브와 세계일주를 망각하고 레이스에 중점을 둔 밸리 덕분에 다양하고 즐거운 일주와 박진감 넘치는 속도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각각의 나라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지도 않고 머물렀던 도시마다 일정량을 분배하고 있지도 않지만 덕분에 어떤 도시가 더 매력적이고 어떤 도시가 세계일주 목록에서 빠져야 할 도시인지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표현을 해주고 있고, 두 사람 특유의 위트와 농담들이 한데 어울려 있기에 책을 읽는데도 내내 미소를 짓게 한다.(가끔 폭소를 해서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게 하기도 한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라리라 하였던 성경구절처럼 이들의 세계일주도 별것 아닌이유로 시작해 세계를 일주했다는 어찌보면 대단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물론 약간의 사기를 포함한 채 말이다. 그들의 레이스가 어떤 결말로 끝이 났는지는 아마도 책을 직접 읽어보아야 더욱 재미있겠지만.. 이것 하나는 보장할 수 있을듯 하다. 그들의 세계일주 레이스는.... 정말 기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