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 길고양이와 함께한 1년 반의 기록 안녕 고양이 시리즈 1
이용한 지음 / 북폴리오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이 언제, 어디서 유래된 것인지는 정확하게 알지 못하나. 생각해보면 크게 틀린 말 같지는 않은 것도 같다. 게다가 요즘엔 몇 천만원에 거래가 되는 소위 명견으로 꼽히는 애완용 개들이 존재하고 있으니, 그런 개들을 생각하면 정말 맞다 싶은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개와 함께 애완용으로 사랑 받는 또 다른 동물은 개와는 오래된 앙숙관계이며 개보다는 알듯 모를 듯한 매력을 가진 고양이가 있다. 고양이 역시 상팔자 개와 크게 다르지 않을 만큼 상전대우를 받지만 이 두 동물간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주인을 따르는 충성심과 인간친화적인 성격이 강한 개에 비해 늘 시큰둥하고 가끔은 섬뜩한 느낌의 눈을 이리저리 굴려 귀신을 본다고 알려진 고양이. 사실 개와 고양이의 차이는 개가 주인을 인식하고 주인을 따르는 반면 고양이는 영역을 인식하고 영역에 의해 움직이는 동물이라는 타고난 본성의 차이이지만 기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극명하게 다른 이 두가지 특징을 보고 견주어 자신에게 맞는 애완용 동물을 선택하게 하는 기준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의 삶에서 가장 많이 사랑받는 두가지 동물 개와 고양이. 허나 이는 그저 애완용 동물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일 뿐이다. 유기견이나 유기묘가 늘어나고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죽는 길고양이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그저 꿈의 라이프. 결국 사람도 태어나면서부터 부와 빈이 주어지듯 고양이에게도 애완용으로 안락하게 평생 사랑을 받으며 상팔자로 사느냐, 길고양이로 태어나 길에서 언제 죽을지 모를 위태한 삶을 하루하루 연명하느냐의 선택불가한 삶이 주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는 후자인 길고양이의 모습을 가득히 담고 있다.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살고, 다시 길에서 죽는 살아 숨쉬는 길고양이.

희봉이, 깜냥이, 그냥이, 휴지냥이... 이름도 너무나 곰살맞은 이 고양이들을 책속에서 만나는 순간 나는 잠시 이들이 길고양이라는 것을 잊었던 것 같다. 너무도 살갑게 사람들과 친해지고 사람만큼 강한 모성을 보여주는 이 길고양이들의 이야기가 때로는 즐거웠고 때로는 아름다웠으며 때로는 안타깝고 때로는 가슴아팠기에, 고양이의 이야기라기 보단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너무 닮았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을지도 모를일이다. 그러다 문득 의구심이 들었다.'먹이는 주는 이에게 다가가 애교를 부리고 곰살맞은 표정으로 바라보고 졸졸 따라다니며 장난치는 이 고양이들이 정말 나를 저녁 귀가길에 수없이 소스라치게 만든 그 길고양이들이란 말이야?' '왜 같은 길고양이인데 이렇게 다른건데?' 한참을 곰곰히 생각해보다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고양이들이 달랐던 것이 아니라 책 속에서 먹이를 주고 연대감을 형성하기 위해 오랜시간 공을 들이고 진정으로 이 길고양이들을 아꼈던 작가와 내가 달랐다는 것을 말이다. 생각해보니 나는 단 한번도 길고양이들을 향해 먹을 것을 던져준적이 없고, 불쑥 길에서 나타나는 길고양이들을 보면 깜짝 놀라기에 바빳으니 말이다. 친구처럼 고양이와 오랜시간을 함께 보낸 저자와 그런 내가 길고양이들에게 같은 대접을 받을리는 만무한 일 아닌가 말이다. 그들도 살아 숨쉬고 정을 나누는 생명체인데 정을 주는 이와 그렇지 않은이를 같은 대상으로 인식할리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 그들은 살아 있는 생명체였다. 나처럼 꽃을 좋아하는 고양이도 있고, 장난을 좋아하는 고양이도 있고, 저마다 성격도 다르고, 취향도 다른 각자가 의미있는 살아있는 생명체, 길고양이라는 이름 이전에 그들에게도 호흡이 있고 즐거움과 슬픔이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거,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살고, 다시 길에서 죽는 길고양이라는 이유로..

 

사람처럼  태어나, 사람처럼 살고, 사람처럼 죽음으로 돌아가는 살아있는 생명체.

책을 덮으며 나에게는 작가의 말들이 남았다. <누구에게도 길고양이들을 죽일 권리는 없다. 자연에서 개체를 조절하는 것에 실패한 유일한 생명체는 인간이다.> 사람을 죽일 권리가 없듯, 우리에게는 길고양이를 죽일 권리도 없는것이다.. 자연에서 개체를 조절함에 실패한 유일한 생명체가 인간이라면 인간은 유일하게 자연에게 빚을 지고 사는 생명체이기도 하다. 자연에 빚을 지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자연의 섭리에 따르는 길고양이들을 비난할 수 있는 권리는 과연 있는 것일까? 최소한 그들이 자연의 법칙을 따라 사는 것 만큼은 내버려두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책을 읽는 동안 고양이들의 수많은 이야기와 사진들을 보고 읽으며 웃고 즐거워했지만, 아직 나는 우리집 앞으로 지나가는 길고양이를 보면 여전히 놀란다. 또 매 끼니때 고양이를 위해 사료를 뿌려줄만큼의 용기도 없다.(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면 비난받을 거라는 예상은 우리 동네에서도 유효하니까..) 하지만 최고한 이 책을 통해 지나가는 길고양이에게도 숨쉬는 동안 살아갈 권리가 있으며 도둑고양이가 아닌 그저 길에서 살아가는 길고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 책 속에 담긴 희봉이와 슈렉냥을 만난다면, 많은 사람들이 최소한 길고양이를 바라보는 눈에 좀 더 따뜻함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