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관람차 살림 펀픽션 2
기노시타 한타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선호하는 장르의 책은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을 종종 받게 된다.

나의 경우 가장 먼저 적어 넣는 선호 장르는 뭐니뭐니 해도 소설, 그리고 역사, 인문이 뒤를 따른다.

이 순서는 선호하는 순서일뿐 아니라 읽는 양의 순서이기도 하다.

온전히 빠져서 즐겁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 중간중간 흥미를 가지고 있는 역사서적이나 역사소설들을 읽고, 너무 재미위주로만 책을 읽었다 싶으면 인문서적 한권 살짝 끼워주는 센스랄까?

소설은 그만큼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만들어주기에 더 없이 만족스러운 장르이다.

 

코믹 액션 감동 밀실 스릴러. 그 복잡 미묘한 장르의 적절한 분배.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소설이긴 하지만 소설은 또 다시 다양한 장르로 구분되는데 이들 중 어떤 장르를 선호하느냐에 따라 읽는 이의 취향이 다시 갈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장르,  코믹 액션 감동 밀실 스릴러는 어떠한가? 이 책의 작가 기노시타 한타는 코믹 액션 감동 밀실 스릴러라는 장르로 벌써 세번째 작품인 이 작품 악몽의 관람차를 내놓았다고 한다. 코믹 액션 감동 밀실 스릴러는 말 그대로 밀실에서 벌어지는 코믹 액션 감동 스릴러라 설명할 수 있는데 그럼 이 복잡한 장르는 소설 속에서 어떻게 녹아들까? 자칫 죽도 밥도 아니게 될 가능성이 있는 이 장르는 악몽의 관람차에서 각각의 칸막이를 치고 각 공간에서 구분되어 존재한다. 관람차 17호의 고소공포증 아빠와 순진한 미인 엄마, 조숙한 딸, 말썽쟁이 아들 가족에게는 감동과 코믹이, 18호 사연이 있는 미인 의사와 마술이 취미인 건달 커플에게서는 스릴러와 감동이, 19호 전설적인 소매치기와 그 제자에게서는 코믹과 액션이, 20호 이별청부업자인 여자에게서는 스릴러가 각각의 공간에서 모두 연결되어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각각의 공간에는 별개의 사연이 존재하지만 각각의 사연 뒷편이 모두 이어진 복수극. 코믹 액션 감동 밀실 스릴러의 장르가 하나의 거대한 복수극으로 종결되어지는 그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은가?

 

모두가 공감하고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

소설은 다이지로라는 청년의 인질극으로 시작하지만 이 인질극은 단순한 인질극이 아닌 청년이 일생을 걸고 준비한 가족의 복수극이라는 이면을 보여준다. 물론 밀폐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 복수극은 정확하게 의도한 과정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지만 결과적으로는 복수의 성공으로 끝을 맺는다. 그리고 이 복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각 관람차에 타고 있는 탑승객의 숨겨진 이야기가 펼쳐지며 단순한 복수극이 아닌 여러 사람들의 과거가 뒤엉킨 여러 사람의 인생사로 펼쳐진다. 또 복수극을 펼친 다이지로에게 그럴만한 과거의 상처들이 있었음을 밝히며 결국 인질범이 아닌 몸값을 지불한 피해자가 사실은 더 많은 이에게 해가 되는 악인이었다는 이야기로 그에게 면죄부를 주게 된다.

 

유주얼 서스펙트만큼 끝까지 끝나지 않는 반전

전혀 상관없어 보이던 관람차 탑승객들이 모두 한 패였다는 설정, 그리고 그 설정에 다다르기 까지의 끝없는 반전들은 소설을 보는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이다. 절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 반전의 연속은 마치 그 유명한 반전영화의 대표작 유주얼 서스팩트같기도 하지만 그 이상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니 기대해도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또한 소설을 덮고 나면 우리가 나누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잣대가 사실은 너무나 단편적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될것이다. 더 큰 잘못으로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을 사지로 몰아대는 악인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을지 모를 세상에 단지 눈에 보이는 단순한 폭력범이나 몇 잡아 넣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사실은 내 주변의 저명한 누군가가 조직폭력배보다 더욱 큰 악인일지도 모른다는 그 가정이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반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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