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사회학
수디르 벤카테시 지음, 김영선 옮김 / 김영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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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서적은 어렵다." 그 뿐 아니라 어렵기까지 하다.

눈은 책을 향하고 있지만 때로는 내가 뭘 읽고 있는지 잘 모를때도 있다.

다른 책을 읽는 것의 3배에 가까운 집중력을 발휘해야 책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것 같다.

"나만 그런건가?" 친구에게 물었더니 나만 그런건 아닌 모양이다.

인문학 서적에 대한 이런 선입견은 그래서 인문학 서적들을 멀리하게 하고, 한번 읽기로 마음 먹었더라도 정말 큰 맘 먹고 시작해야 하는 부담감을 먼저 안겨주곤 한다. 세상살이에 필요한 사회학, 심리학, 정치학, 경영학을 다루는 수많은 책들.. 내가 살고 있는 사회를 다루는 학문이고 그 학문을 전하는 책이기에 안읽는 것 보단 읽는것이 훨씬 도움이 되는 그야말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시간이지만 그것보단 재미있는 책들도 많은 것이 사실인지라 여전히 인문학 서적은 나에게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일 뿐.. 그리고 그런 중에 이 책 [괴짜 사회학]을 만났다.

 

흥미진진한 모험소설보다 더 흥미진진한 사회과학서적

[괴짜 사회학]은 사회과학 서적이다. 분명히 인문학 서적에 속하는 이 책은 그러나 앞서 내가 가지고 있던 인문 서적에 대한 나의 선입견을 완전히 깨버리는 문제작이 되어버렸다. 사회과학 서적이...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 것일까? [괴짜 사회학]의 저자 수디르 벤카페시는 대학원 시절 자신의 연구와 논문을 위해 주제를 정하고 연구방법을 모색하던 중 다른 사회학자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을 선택한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자료를 정리하고 통계를 내어 그래프를 그리고 빈민이 아닌자의 입장에서 빈민 정책을 연구하는 것 대신 빈민 속에서 그들을 경험하고 직접 생활하는 것으로 실질적으로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를 내놓는 것을 목적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는 그 연구의 끝에 이 책 [괴짜 사회학]을 완성했다. [괴짜 사회학]은 통계도, 그래프도, 정책에 대한 논의도 없다. 그저 그가 겪었던 그들의 삶과 매일의 일상에 대해 그가 기억하는 것들을 소상히 서술한다. 사회과학 서적이라기 보단 그의 갱단과 빈민생활 체험기라고 해야 더 가까울것 같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그는 책 속에서 아무것도 주장하지도 않고 어떤 대책도 내어놓지 않는다. 그저 그들의 이야기와 그들 속에서 그들을 지켜본 중립적이려 노력(?)했던 자신의 느낌들을 기술할 뿐이다. 여기에 더해 갱단 친구를 만들었던 과정, 첫 폭행현장의 목격담, 빈민공동체의 권력자, 하루동안의 보스 체험기들을 양념으로 곁들인다. 정규교육 과정을 거쳐 사회의 엘리트 집단 중 하나인 교수가 될 준비를 하는 한 사회학도와 폭력과 무질서의 상징 갱단, 그리고 정부 보조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빈민층의 친구되기는 너무나 생생하여 읽는 내내 그와 함께 나의 입장에 대해 생각하고 내가 알고 있던 알려진 그들의 현실과 실제 맞딱드리게 된 그들의 현실 사이에서 발생하는 격차에 당황하게 했달까? 그리고 그러는 동안 책상 앞에서 만들어진 사회학의 맹점과 개선점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안에서 밖으로, 밖에서 안으로

[괴짜 사회학]의 가장 큰 가치는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일방적인 정보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집단이 내어놓는 연구결과들에 대해 비전문가들인 일반인들은 학습하고 받아들이는 정도에서 멈출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들이 내어놓은 연구결과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그들이 그 연구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그들에게 접근한 방법이 어떤 것이었는지, 혹시 너무 일방적인 시선으로 접근한것은 아니었는지, 단면적인 부분에 집중해 전체를 망각하진 않은 것인지 의심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에 대한 여지를 남겨두는 것은 우리의 몫이 아니었을까? [괴짜 사회학]의 저자가 [괴짜 사회학]을 통해 묻고 싶었던 것은 어쩌면 어떤 집단을 위한 정책이라는 것이 그들의 시선에서 나온 것인지 그 집단에 속하지 않은 나머지에 의해서 나온 것인지 좀 더 다양한 시각을 적용해보자는 것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의문과 다양한 시각의 적용은 비단 사회학 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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