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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리플레이 ㅣ 판타 빌리지
켄 그림우드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학창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처음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20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30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한번 흘러가면 돌아오지 않는 시간에 대한 인간의 집착은 그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느껴지기에 생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어찌 될지 모르는 일이지만..)현재는 불가능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힘. 그럴 기회가 나에게 주어진다면 내 인생도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보았을 법한 이 이야기가 바로 소설 <다시 한번 리플레이>의 내용이다.
내 인생을 다시 한번 살 수 있다면.. 단!
인생을 다시 한번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는 지금의 나의 인생보다는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는 바람이 담겨있다. 그리고 그렇게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한가지의 전제가 필요하다. 바로 지금의 인생에서 내가 살았던 바를 모두 기억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의 내 모습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알아야만 과거로 돌아갔을때 나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했던 일들을 제거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리플레이>의 주인공 제프에게 바로 이런 요건이 갖추어진 다시 살 수 있는 삶이 주어진다. 물론 부작용은 있다. 단 한번의 삶이 아니라 계속해서 재생되어지는 삶이기에 그가 한번의 인생으로 만들었던 모든 결과들이 0으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더 매력적인 여인과의 사랑, 더 이상적인 가족,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것만 같은 그의 아이들까지.. 모두가 그의 인생이 끝을 내고 시작되는 그 시점에 0으로 돌아가버리는 것이다. 그는 끝없이 삶을 살고 새로운 삶을 얻지만, 모든 것을 잃고 어떤 것도 소유하지 못한다.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은 상실에 대한 절망으로 바뀌고, 어떤 것도 해서는 안되며 할 수도 없다는 무기력함으로 그를 서서히 내몰아간다. <다시 한번 리플레이>는 그렇게 그저 즐거운 무한 반복의 새로운 삶이 아니라 그런 삶에도 인간은 고뇌하며 언제나 무엇을 얻는 대신 잃기도 해야한다는 논제를 던진다.
끝내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저...
<다시 한번 리플레이>의 제프는 결국 최초의 삶을 이어가게 된다. 수없이 반복했던 그 많은 삶들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채.. 그리고 존재했는지 아니었는지조차 알 수 없는 그 인생의 기억들이 영원이 존재하지 않게 되어버린 상태에서의 시작. 0이지만 0이 아닌 상태에서 다시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삶을 이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제프는 설레임을 끌어앉는다. 이제는 다시 되풀이 되지 않을 그 최초의 삶에서 그가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에, 그는 자유로워진것이다. 이제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0의 순간에서 그는 다시 날아오를 수 있는 자유를 안고 살아갈 것이다. 인간이 그렇게 아무것도 없는 어둠속에서 빛을 찾아 날아가기 위해 늘 애를 쓰듯.. 그도 똑같은 방법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