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 아프리카 - 대자연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우정의 서사시
조세프 케셀 지음, 유정애 옮김 / 서교출판사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자연의 힘은 위대하다, 자연의 섭리는 거스를 수 없는 것이며 거슬러서도 아니된다. 사람들은 자연을 대상으로 그 위대함과 초월적인 힘들을 너무도 간단하게 말하곤 한다. 자연의 힘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자연의 섭리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기 보단 그저 남들이 하는 말들을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것에 가까운 그 말들.. 그들의 말처럼 자연의 힘이 거대하고 위대한 것이라면, 자연의 섭리는 거스를 수도 없고 거슬러서도 안되는 것이라면 한번쯤은 그 힘이 무엇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지, 그 섭리는 어떤 것인지 한번쯤은 멈추어 서서 고민하고 이야기 해보아야 할 것은 아닐까? 자연이 흘러가는 이치에 대해 조금은 관대한 눈을 가지고 지켜볼 여유란 사람들에 없는 것일까?
 
  
 
킬리만자로의 초원, 그리고 소녀
<소울 아프리카>는 킬리만자로의 자연을 집으로 삼고, 초원을 집으로 삼아 살아가는 동물들과 하나가 된 소녀 '파트리샤'와 그녀가 자연을 이해하게 만든 사자 '킹'의 이야기이다. 공원의 관리인인 아버지와 함께 그곳에 거주하며 아주 어린시절부터 동물들과 함께 자라온 아이. 그리고 그 아이가 새끼일때부터 키운 이제는 초원의 왕이 된 사자 '킹', 그 외에도 아직은 사람의 손때가 덜 묻어 자연이 살아있는 그곳만의 사회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이 책 한권을 웅장하고 아름답게 그리고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낼만큼 거대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화자는 휴가차 초원의 공원에 들른 여행객으로 파트리샤와 킹의 모습을 본 후 그들의 신비한 힘과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관계에 매력을 느끼고 남은 여행을 취소하며 그곳에 무기한 머무르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누군들 그러지 않을 수 있을까? 광활한 초원의 수 많은 동물들과 자연스럽게 웃고 떠드는 것만으로도 현대의 문명에 젖어 있는 우리에게 신기한 일일텐데, 작은 소녀가 맹수의 왕이라고 불리우는 사자와 웃고 떠드는 것도 모자라 조금은 위험해 보이는 장난을 치고 맹수의 왕을 제압하는 불가사의한 힘을 발휘한다니... 처음에는 그저 관찰자에 지나지 않았던 화자는 파트리샤와 킹의 관계를 점점 이해하고 파트리샤가 속한 애매한 경계(인간과 동물, 문명과 미개)가 가져다주는 그녀만의 혼란을 이해하며 그녀와의 우정을 쌓아간다.
 
 
 
파트리샤, 킹, 그리고 인간
<소울 아프리카>는 엄밀히 말하면 소녀와 킹의 관계를 묘사하여 자연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려는 동화적이고 꿈같기만한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파트리샤를 이해하는 화자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과 동물로 대변되는 자연과 문명의 관계에 대해 조금은 철학적이고 조금은 신랄한 비판을 가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어른용 동화랄까?
<소울 아프리카>의 파트리샤는 언제나 자연에 속하려하고 킹과 함께 영원히 존재함으로서 영혼의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존재이다.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가 교육을 받지 못해 미개한 인간으로 남게 될까 두려운 나머지 딸의 영혼을 이해하려 하기 전에 외부에서 세워놓은 기준을 맞춰 그녀가 번듯한 성인으로 자라는 길을 강요한다. 파트리샤는 어린 나이에 어머니의 강요와 자신의 희망 사이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는 과정을 겪으며 천진하지만 성숙하고, 따뜻하지만 온화한 여러 모습을 갖춘 소녀가 되어간다. 그리고 이야기의 마지막에 자신을 이해하는 가족의 일원인 아빠의 손에 그토록 사랑했던 킹이 죽음을 맞는 모습을 목격하며, 죽음에 대한 상처와 상실감으로 몸부림치며 공원을 떠난다. 누구누구 공주님은 왕자님과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다는 식의 전형적인 동화와는 너무 다른 이 책이 말하고 싶은 점은 무엇이었을까? 자연과 인간, 그리고 그 중간의 경계에서 늘 고민하고 갈등하며 결국에는 상처받고 현실을 선택한 파트리샤.. 어쩌면 파트리샤는 마음으로는 자연과 하나 되어 조화롭게 사는 것이 옳음을 알면서도, 현실의 이익을 위해 문명을 택하고 결과적으로는 자연을 희생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갈등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우리모두의 마음에는 파트리샤가 있고, 살아가기 위해 매일 킹을 죽이는 상처를 받으며 사는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다시 문명으로 돌아가는 악순환을 반복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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