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세키 선생의 사건일지 미스터리 야! 5
야나기 코지 지음, 안소현 옮김 / 들녘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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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고전소설들을 공부하다보면 사람이 아인 사물의 의인화를 통하여 세태를 풍자하거나 비판하는 이야기들을 만나게 된다. 가전체 문학이라고도 불리우는 이 장르의 이야기들은 국순전이나 국선생전을 비롯하여 공방전 죽부인전 등, 꽤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는데 사람이 아닌 사물을 통해 인간들을 비판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소설들에 비해 훨씬 해학적이고 유쾌하게 느껴지곤 한다. 그리고 이 책 <소세키 선생의 사건일지>가 시작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역시 이와 비슷하게 고양이의 눈에 비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사용하고 있는 책이라고 한다.

 

작품 뒤집어 보기

<소세키 선생의 사건일지>는 앞서 말한대로 나쓰메 소세키라는 일본의 저명한 작가의 대표작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근간으로 하여 인간의 입장에서 동일한 사건들을 설명하고 해설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아직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어 보지 못한 터라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는 동일한 사건들이 어떻게 이야기 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나. 작품을 직접 쓴 작가의 말을 빌자면 다소 난해하여 이해하기 어려운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기 전에 <소세키 선생의 사건일지>를 먼저 접한다면 훨씬 더 유쾌하게 원작을 즐길 수 있을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조금은 더 난해하고 심오한 관점을 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유쾌한 탐정놀이.<소세키 선생의 사건일지>

<소세키 선생의 사건일지>는 비교적 아주 유쾌하고 즐거운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고양이와 인간이 함께 사는 집에서 고양이에 얽힌 몇몇 사건들을 집의 서생으로 거주하고 있는 화자가 인간의 관점에서 해설하고 있고, 모든 사건들이 굉장히 싱겁고 유치하기 짝이 없는 이유로 시작되어 마찬가지로 싱거운 결말을 내리고 있기 때문에 무겁지 않고 심오하지도 않다. 하지만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행동이 도저히 평범하지 못하고 괴짜이다 못해 비범해보이기까지 하는 터라 때로는 황당하고 때로는 실소를 금치 못할 만큼 유쾌하기도 하다. 과연 이런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 집의 서생으로 살고 있는 화자가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싶은 사람들만 출연하기에 다소 비 현실적이지만 그래서 더욱 유쾌한 이야기가 바로 <소세키 선생의 사건일지>가 아닐까?

 

좀 더 유쾌하게 작품을 바라보기.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시대를 비판하고 당시 인물들의 고독과 외로움을 고양이의 눈을 통해 역설적으로 표현하는 이야기라고 한다. 때문에 아마도 다소 어렵고 고민에 빠지게 하는 글이 아닐까 하는 짐작을 하게 한다. 이런 작품들을 원작으로 하여 작품을 뒤집고 새로운 관점을 적용하는 것은, 그것이 유명한 작가의 유명한 작품일수록 더욱 힘겹고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까? 원작의 가치를 뛰어넘는 어떤 것을 찾길 원하는 이들이 분명 존재할것이고 작가는 이런 압박을 쉬이 떨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소세키 선생의 사건일지>은 그런 부담에서 떨어져 작품에 즐거움이라는 요소를 더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새로운 가치의 작품이 탄생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것 같다. 확실한 것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기 전에 <소세키 선생의 사건일지>을 먼저 읽은 나로서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혹시나 가지고 있을지 모를 심오함과 깊이를 <소세키 선생의 사건일지>의 즐거움과 유쾌함을 떠올리며 좀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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