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간선언 - 증오하는 인간, 개정판
주원규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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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막힌 '페이지터너'다. 국내 소설로 이만한 가독성을 지닌 소설이 있었나 싶을 만큼.

분량도 250여 페이지에 불과한데, 첫 장면부터 속도 빠른 미드를 보는 듯 숨 쉴 틈을 주지 않고 몰아붙인다.

자세만 몇 번 바꾸었을 뿐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독파했다.

10월 12일부터 16부작으로 방영 중인 OCN 오리지널 드라마 <모두의 거짓말>의 원작, 바로 주원규 작가의 <반인간선언>이다.

「하나의 회사가 공통분모로 떠오르는 살인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고, 시내 곳곳에서 토막난 신체 부위가 하나씩 하나씩 발견되는데... 」

미국 쪽 스릴러를 보면 '군산' 복합체가 거대 권력의 실체로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이 소설 속의 절대 권력은 정·재계는 물론, 사법부와 경찰까지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이게 만든다. 이들의 사상적 리더는 종교인의 형상을 하고 있고.

 

재미라는 측면에선 흠잡을 데 없는 작품이다.

다만, 기존의 장르소설 문법과는 다른 결말로 소설을 마감한다.

대부분의 장르물들은 복수, 반전 등을 통해 통쾌한 마무리로 매조짓는데 반해, <반인간선언>은 독자들의 기대를 무참히 배반한다.

주인공들이 진실에는 접근하지만 상황을 바꾸진 못하는 것인데, 형사반장 민서는 동료들에 의해 개죽음 당하고, 서희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다소 애매한 무기력한 상황으로 끝난다.

아마도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1~2명의 '슈퍼 히어로'의 활약으로 판이 바뀔 만큼 그렇게 그림자 정부가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평범한 독자로서 바라는 건, 계란이 바위에 깨져도 터진 흔적이라도 남으니 그런 모습이나마 보고 싶었을 따름이다.

만약 원작을 그대로 각색한 결론이라면 아마도 시청자들도 그다지 보고 싶어 하지 않는 맥빠진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진실은 법과 원칙 그 너머에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너머에 있는 진실을 확인하거나 폭로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법과 원칙의 프레임 너머에 있다는 사실까지도." - P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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