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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보는 미술관 - 나만의 감각으로 명작과 마주하는 시간
오시안 워드 지음, 이선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평점 :
<혼자 보는 미술관>을 쓴 오시안 워드는 미술 평론 책임자로, 예술비평가, 시각예술 에디터로 일한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미술을 잘 보기 위해 읽는 사람들이 언젠간 읽지 않고도 제대로 보는 순간을 맞이하길 바라며 미술과 관람자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이 책의 원제는 <Look Again : How to Experience the Old Masters>니 한글 제목 <혼자 보는 미술관>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다시 보기 : 고전미술 대가 따라잡기' 혹은 '다시 보기 : 고전 거장 길라잡이' 정도 개념으로 이해되는데, 실제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고전 미술의 위대한 작가'들의 작품 감상에 도움을 주려고 하기에 시기적으로 20세기 이전 작가들의 작품을 다룬다. 다빈치, 라파엘로, 고야, 들라크루아 등 미술에 문외한인 내게도 이름을 들어본 거장들도 있지만 대다수 화가들은 미술 애호가가 아니라 그런지 다소 생소했다. 어떤 경우는 화가는 생소하지만 그림은 본 적이 있기도 했는데 '캄파냐에서의 괴테'같은 경우가 그렇다.
사진이 나오기 전 고전 미술은 주로 종교와 신화의 세계에서 소재를 많이 찾았다. 교회나 성당의 천장에서 종교의 신성함과 신의 위대함을 위해 복무하기도 했고, 왕족이나 귀족들의 요청에 의한 주문 제작 초상화는 주된 수입원이었으며, 사물을 그대로 그린 정물화도 나름 인기를 끌었었다. 사진처럼 사실 그대로 얼마나 정확하게 묘사하느냐가 일단 기본 실력이었고, 지나치게 사실적이면 별 재미도 없고 모두 엇비슷하게 보일 수 있기에 대가들은 나름 본인만의 장기를 통해 인장을 새겨 넣었다. 이를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을 8가지로 구분해 본문에서 설명한다.
저자는 고전 미술을 각자 독창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열 단계인 'TABULA RASA'를 제안한다.

'타불라 라사'는 원래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백지상태를 뜻하는 말로, 철학 사조 중 존 로크로 대표되는 인식론에서 막 태어난 인간의 마음 상태를 설명할 때 등장한다. 앞의 여섯 단계 TABULA를 통해 이미지를 읽는 데서 시작해 이해하고 평가하는 단계로 넘어가는데 원래 T.A.B.U.L.A는 복잡하고 어려운 현대 미술을 다루기 위해 만든 감상 방식이라고 한다.
이런 열 단계 과정을 기본기로 습득하길 권하고, 그다음은 8개의 챕터로 나누어 어떻게 고전 미술 감상에 접근하면 좋은지 설명하는 구조로 책은 구성되어 있다. 프롤로그를 읽고 따로 목차가 없어, 약간 놀랐는데 'TABULA RASA' 10단계 기초 학습이 끝난 뒤 62페이지에 이르러서야 목차가 보인다.

이 책은 전면 올 컬러로 제작되었고 어떤 그림은 두 장에 걸쳐 인쇄되어 있어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도 크다.
한 페이지에 전체 그림이 실렸지만, 설명이 보다 필요하면 특정 부분만 확대되어 보여주기도 한다.
서울의 한 미술관에서 만난 안중식의 <영광풍경도> 병풍에 대한 언급이 이채롭고 반갑다.

미술 감상에 관한 책은 정말 많이 나와 있지만, 고전 시기 대가들에 집중하는 이 책은 효용가치가 크다고 본다.
이 책 한 권 읽는다고 까막눈에 갑자기 심미안이 생길 리 만무하나, 저자의 해박한 지식으로 차분하게 설명된 <혼자 보는 미술관>을 여러 번 읽는다면 분명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책을 통해 감상에 도움이 되는 이론의 재무장도 좋지만, 가장 좋은 건 시시때때로 어떤 미술 전시든 자주 방문하고 책에 언급한 대로 이리 갔다 저리 갔다, 가까이에서도 멀리서도 보는 감상법이겠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부담도 잠시 내려놓고 관람의 일상화를 실현하자!
소장해서 여러 번 읽어도 좋을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