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결한 배반과 사소한 변명
카르마
사랑아, 수백 수천으로 분열하여 성장하는,
뺨 붉어지는 어수선한 설레임이 아직도 가득한,
촉각을 곤두세우고 바들바들 떨고 있는 변명,
이 기다림은 그곳을 너무 황급히 떠났기 때문이지
사랑아, 나는 오래 전 그 식탁에 앉아 그 문턱을 바라보지
문이 열릴 때마다 눈이 먼저 일어나 흘끔 흘끔 바라보지
어쩌면 검은 옷을 입은 신부처럼, 오오 이 순결한 배반이여
가벼이 죽어간 이들의 발을 담고 있던 구두처럼 숨막히는
그날 오후 한구절도 내뱉지 못한 내게서 훔쳐간
그날 자정까지 거리를 헤매다가 문득 기억해낸
그래, 빛에 의지해 살았던 이름, 그 투명한 저주
간신히 그 이름에 의지해서 운위할 수 있는
너와 나는 탄생과 죽음의 간극에서 맹세를 저버린 심장
심장이 쏟아내는 호흡, 그 호흡마다 견뎌야하는 생의
포기할 수 없는 사소한 감촉이 배반의 형벌처럼 깨어나는
사랑아, 너와 내가 건너갈 수 있는 유일한 문턱을 바라보지
2012.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