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큼 

 

 

                                        카르마

 

 

 

하루을 견디는 한 촉 칼날 같은 잎새가

하루를 연명한 실낱같은 하루살이가

하루만큼 빛에 바래지는 목숨이라는 걸

 

하루 종일 돌아서 홀로 있는 그대여

망막의 뒤편에 웅크리고 있는 기억들

일으켜 세워도 다시 주저앉아 울고 있는 걸

 

가슴속 깊은 계곡에는 슬픔이 흐르며 맑아지고 

서늘한 물결이 안개처럼 차올라 눈 앞을 가릴 때

서로를 구원할 수 없는 우리의 흉부속에서 나는 소리

 

가만히 들어봐 귀를 기울이고 들어봐

한 줄 한 줄 꼭꼭 누르는 손가락을 따라

하루만큼 체념하고 초월하는 우리 존재가 연명하는 소리  

 

 

2012. 0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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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속삭임

 

 

 

                          카르마

 

 

 

새벽 미명에 비명을 지르는 빛

하늘을 갈라 

하루가 출산 되는 시간 

없는 것이 없어서 

모자람이 없어서 

쓸쓸함으로 가득찬

제각기 걸어가는 이 우주 속에

서로의 움직임에 끼어들 수 없는

궤도를 도는 우리의 외로움과 눈물

고요히 스며드는

그동안의 숨결들

바람이 불 때마다

고스란히 일어나는 하늘가에

붉은 속삭임

 

 

2012. 0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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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닌 것에 대해서

 

 

                            카르마

 

 

 

부정확한 시간에 태어나 불안한 이름이 주어진 존재,

하염없이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곳마다 돌아보던 존재,

사고의 언덕마다 힘겹게 올라 사물의 이름속에 들어가던 나날

책갈피마다 메아리치는 황홀한 잠자리 날개 입속에 들어오면

섬세한 그물같이 입천정에 들어붙는 지천에 널린 

우리를 성숙하게 하는 저녁의 열등감

우리를 긴장하게 하는 새벽의 집착  

만발하게 꽃피우고 열매로 잉태되는 이 묵어가는 것들이

애초에는 결코 내가 아니었던 것이었고

놀랍게도 수많은 우연에서 주어진 내가 아닌 것이었다니

꽃이 피는 것이, 열매를 품는 것이, 내가 아닌 어떤 것이

구별하기 힘들게 내 속에서 싹트는 것이, 내가 아닌 것이었다니  

 

 

 

(열망조차 교육되어지는 것이라면, 나는 누구인가

이름이 주어지고 그것으로 각인되기 전에 나는 또한 누구인가)

 

2012. 0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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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불타는 것의 축제

 

 

                                     카르마

 

 

 

저들은 빛나는 공이다. 어디론가 튀어오르는

물렁한 생명체, 빛처럼 눈부시게 튀어오르는

주점옆에 춤추는 공처럼 튀어오르는 저 친구가

수업시간에 졸던 그 친구인가

음악의 리듬에 공처럼 튀어오르는 것은 저들이고

똑같은 만큼 머리가 멍해지는 이들은 누구인가

중얼거리는 나무처럼 서있는 곳에 저들은

공처럼 튀어와 무엇이든 두드려본다

산들 바람처럼 이파리를 건드리고

나이테 틈으로 들어와 세월을 흩트리는 존재

간지러운 저들이 나무 속으로 들어와 더듬다

운동장 몇 바퀴 돌고 다시 부딪힌다

겨우 살아 숨쉬는 것들과

살아 불타는 것들, 불타며 소리지르는 것들

하늘에서 별빛처럼 내려와 

겨우 살아 숨쉬는 것들에 들어온다.

저들에게 축제가 아닌 것이 있는가

속으로 가만히 물어본다  

 

 

2012. 0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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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심장

 

 

 

                     카르마

 

 

우리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것들

우리 속에서 뿜어지고 순환하는 것들

호흡과, 맥박, 홀몬과 혈액, 그리고 시간 

그 시간 속에 심장

우리는 시간의 심장 소리를 듣지

잎사귀 피어오르는 나무에 귀를 대고

흐르는 시냇물에 발을 담그면

돌계단을 따라 절터로 가는 길마다

어떤 이에게 시간의 심장은 너무나 빨리 뛰고

어떤 이에게 시간의 심장은 울려퍼지는 느린 울음

저녁이면 그림자들 저마다 모여들어 웅성거리고

새벽이면 그곳에 모여있는 슬픔의 바람이 뜯겨나가고

오늘은 누구의 시간이 세상으로 나와

울음으로 탄생하는 혼이 되는가

오늘은 누구의 시간이 세상에서 벗어나

운명의 저녁을 마감하는가

모퉁이마다 미련으로 꺽여있는 시간의 심장이

훅 불어오는 때로는 기쁨이 때로는 슬픔이

거기에 존재로도 감사한 시간

시간이 멎을 듯한 심장

 

 

2012.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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