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닌 것에 대해서

 

 

                            카르마

 

 

 

부정확한 시간에 태어나 불안한 이름이 주어진 존재,

하염없이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곳마다 돌아보던 존재,

사고의 언덕마다 힘겹게 올라 사물의 이름속에 들어가던 나날

책갈피마다 메아리치는 황홀한 잠자리 날개 입속에 들어오면

섬세한 그물같이 입천정에 들어붙는 지천에 널린 

우리를 성숙하게 하는 저녁의 열등감

우리를 긴장하게 하는 새벽의 집착  

만발하게 꽃피우고 열매로 잉태되는 이 묵어가는 것들이

애초에는 결코 내가 아니었던 것이었고

놀랍게도 수많은 우연에서 주어진 내가 아닌 것이었다니

꽃이 피는 것이, 열매를 품는 것이, 내가 아닌 어떤 것이

구별하기 힘들게 내 속에서 싹트는 것이, 내가 아닌 것이었다니  

 

 

 

(열망조차 교육되어지는 것이라면, 나는 누구인가

이름이 주어지고 그것으로 각인되기 전에 나는 또한 누구인가)

 

2012. 05. 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