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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도둑

 

 

                카르마

 

 

 

모르는 것 같애

눈치도 못 챈 것 같아

내가 아기 도둑인 것을

아이를 빼앗기고도

마음도 사랑도 아이에 빼앗기고도

모르는 것 같애

 

아기를 훔치고도

거기에만 온통 마음을 빼앗겨도

얼굴 희멀건 그 남자

빙글 빙글 웃는 그 남자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애

사랑도 빼앗긴 남자

 

 

(대화중에 얻은 이야기를 이렇게 적어놓으면,

카피라이트는 어떻게 되는 거죠? 배교수님?)

 

2013. 0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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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머무르는 오네긴

 

 

 

                              카르마

 

 

뭘 가져다 드릴까요

잠들지도 못하고 깨어있는 당신

사랑하는 예브게니여

쓰지 않고는 견딜수가 없습니다.

쓰지 않고는 잠들수도 없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이것 뿐

이제 나의 대담한 고백을 용서할

힘을 가진 정복자여

한 줄기의 희망이 있다면

한 방울의 동정심이 있다면

이 불운한 운명에 버려지지 않을텐데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 말을 해야만 하겠습니다.

내 온 심장으로, 기꺼이 당신의 소유인 심장으로

이렇게 편지를 써야만 하겠습니다.

단지 몇 마디만 단지 몇 번의 눈길만 나눌 수 있다면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만날 꿈을 꿀 수 있다면

밤으로 낮으로 일주일 내내 그것만을 되새기며

이런 고백을 할 필요도 없으련만

당신은 아무 말이 없고

시골스런 이 심장을 싫다고 하시니 사실인가요?

여기가 지루한가요?

당신의 발길이 지루한 여기로 향할까요?

당신을 너무 사랑하여 고통스럽습니다.

당신을 처음 본 순간

마음 속으로 소려쳤어요.

바로 저 사람이야,

아, 이제 제 생각이 옳았다고 말해주세요

이러한 모든 감정이 무의미하다면

이 감정이 이성을 추락시킨다면

진실로 무의미한 인생이 저를 기다릴 겁니다.

저는 벌거벗은 듯이 부끄럽습니다.

여기 혼자서 두려운 남모르는 이 그리움

떨리지만, 수치스럽지만, 기절할 듯 어지럽지만

당신을 믿습니다. 심장 깊은 곳

여기 머무르는 오네긴이여

 

당신의 타티아나로부터.

 

<오네긴은 타티아나로부터 아마도 이런 편지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오네긴은 6년이 지나서야 그녀의 사랑을 진실로 느끼기 시작한다.

그때서야 시간은 소중하나 인생이 무의미할 정도의

사랑을 느끼게 된다>

 

2013. 0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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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너의 환상

 

 

 

                          카르마

 

 

날씨가 따스해지면

몸속에서 스물 스물 돋아나는

너를 향한 환상

눈을 감으면 어제처럼 쏟아지는

햇살 부서지는 창문

검정 깨알같이 톡톡 튀어오르는

젊은 단어들

밑줄그어 붙잡는다.

 

너의 표정이 변화하는 것을

깨닫지 못했던 우둔한

안테나를 달고 있던 무척추 동물

그 날의 죄의식에 사로잡힌

아직도 그 때의 무척추 동물

무딘 안테나로

너에게 전화하면

현실의 네가 웃는다.

 

고마운 그때의

고마운 너의 따스한 환상

단 한 줄로 줄일 수 없는

프루스트의 길이

시간을 멈추고 과거로 돌아가

무디고 느린 안테나로

너의 이름을 부르면

현실의 네가 그렇게 웃는다.

 

 

2013. 3. 27.

 

* 오늘이 가장 바쁜 날인데, 문득 네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어. 반가운 너의 웃음

폐부에서 울려나는 너의 웃음소리, 따스한 환상을 갖게하는 너의 목소리

고마워, 함께 공유한 시간이 고맙고, 사랑해주었던 나날이 고마워.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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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 내린 후 맑은 날

 

 

                                          카르마

 

 

 

어제 겨울비가 내리더니 오늘 맑은 영혼 깨어나네

깊숙이 스며들었을 습습한 흙냄새

일찍 일어난 참새처럼 포르르 깨어나네

슬프기도 하였으나 기쁘기도 하였으나

깨어나 일어나면 모두 꿈인걸

 

누군가를 배웅하고 누군가를 맞이하던 나날들

그 사이 사이에 지었던 집들은

자욱하던 겨울 안개속에서 찾을 수 없는 주소

속상할 것 하나도 없어, 울어야 할 이유도 없어

깨어나 일어나면 모두 꿈인걸

 

우리가 잠을 자는 것은

꿈을 꾸기위한 것, 꿈을 꾸고 깨어나기 위한 것

오늘도 나는 몇조각의 꿈에 흔들린다.

어제 밤 꿈의 열정은 흩어지고 오늘 맑은 영혼 깨어나네

깨어나 일어나면 모두 꿈인걸

 

 

(꿈일지라도 너는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2013.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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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온뒤 오후, 너 뭐하니

 

 

                                   카르마

 

 

눈이 내린 곳마다 번쩍이는 눈들

햇볕이 내리쬐면 슬금슬금 회피하는 눈들

꺼먹꺼먹 진흙눈물이 흐른다.

거기에 숨어있던 응달이 줄줄 흘러나오는 오후

전봇대에 너절한 광고전단지처럼

몰려들어 웅성이는데

 

직선으로 주욱가다가도 출렁이는 시간

켜켜이 바람처럼 이리저리 두드려보고

조심스레 내린 눈으로 아침 이곳 저곳 바라보았다.

혹시 네 눈빛도 머물렀을 그곳

동상처럼 얼어버린 기억들

쨍쨍 갈라터지는 통증

 

조심스레 눈이 내린 아침, 온 세상은

네 눈빛으로 압도되고, 뒤덮혔으니 

가능했던 것들에 콤마를 찍으며

한숨처럼 고요히 본다. 그쯤에서 굴절되는 겨울, 결박되는 허벅지

허옇게 드러나는 앙상한 들판

말줄임표 뚝뚝 떨어진 하얀 오후에, 너 뭐하니

 

 

 

2012.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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