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온뒤 오후, 너 뭐하니
카르마
눈이 내린 곳마다 번쩍이는 눈들
햇볕이 내리쬐면 슬금슬금 회피하는 눈들
꺼먹꺼먹 진흙눈물이 흐른다.
거기에 숨어있던 응달이 줄줄 흘러나오는 오후
전봇대에 너절한 광고전단지처럼
몰려들어 웅성이는데
직선으로 주욱가다가도 출렁이는 시간
켜켜이 바람처럼 이리저리 두드려보고
조심스레 내린 눈으로 아침 이곳 저곳 바라보았다.
혹시 네 눈빛도 머물렀을 그곳
동상처럼 얼어버린 기억들
쨍쨍 갈라터지는 통증
조심스레 눈이 내린 아침, 온 세상은
네 눈빛으로 압도되고, 뒤덮혔으니
가능했던 것들에 콤마를 찍으며
한숨처럼 고요히 본다. 그쯤에서 굴절되는 겨울, 결박되는 허벅지
허옇게 드러나는 앙상한 들판
말줄임표 뚝뚝 떨어진 하얀 오후에, 너 뭐하니
2012. 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