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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가 우는 밤


텔레비젼을 끄자 

어둠이 창으로 들어왔다.

올빼미가 울었다. 

고요함의 간극에

줄임표를 찍으며...


커다란 날개를 퍼덕이던 그 묘한 존재는

베게를 짓누르고 있는 머리 속으로

놀라움의 눈속으로

머뭇거리듯 들어왔다.


한때 빛나던 태양이, 

한때 빛나던 광채가 

지금은 완벽한 어둠 속에서

대수롭지 않은 듯 

우리는, 풀은, 꽃은, 구름은, 

비스듬히 누워 꿈을 꾼다.


비스듬히

누워서도 

존재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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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한 빗물

 

                   Esther

 

 

세상 어디에나 골고루 비가 내린다. 

세상 어디에나 스며든다.

우울하고 우묵한 곳마다 

경사지고 평평하지 않은 곳마다

웅덩이가 생겨 

평등을 눈으로 볼 수 있는 날,

 

가만히 있는 빗물은 없다.

고정된 것들 사이를 지나

아래로 흘러간다.

흙먼지 가라앉히고

푸른 나뭇잎만 동동 뜨는

커다란 함지박을 채운 후

 

어두운 하수구로

냄새나는 하천으로 흘러가

때로는 깊은 물로,

출렁이는 위로의 손길

세상의 모든 것을 어루만지고

어디서든 가만히 누워 

하늘을 비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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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그림자의 춤
앨리스 먼로 지음, 곽명단 옮김 / 뿔(웅진)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행복한 그림자의 춤

- 당신에 깊이 빠져서-

 

 

                         카르마

 

당신은 늘 평면의 일상에 서 있습니다.

본질적으로 삶이란

과장된 움직임

그저 행복한 그림자의 춤에 불과합니다.

 

누군가의 목표가 아닌 것이

제게 목표라면

서있는 두 사람으로 사랑한다는

한 때 지형지물로 우리 만나

서로를 그리워하는 산맥이었다면

방위를 염두에 두지 않고

서쪽으로 혹은 동쪽으로

하염없이 뻗어도 당신이라면

 

서로에게서 긍정의 기호가 사라지고

목표점을 가는 방향마저 모호해질 때조차

아니, 애초부터 그 방향도 누설되지 않은 기밀로

해독하지 못한 채

우리의 춤사위가 한낱 낙서처럼

저장되지 않는다 해도

 

해와 달이 지나고, 구름이 스치는 기억대로

각자 읽어내는 지형도에

등고선마다 오락 가락 누락되는 우리의 위치

당신에 깊이 이렇게 깊이 빠져서

가파른 절벽으로 떨어지는

삶의 나머지를 측량하며

집중해서 얻은 하루어치의 지식의 계곡에

강이 흐른다면

몇 개의 강을 흘려 보내는

제 이름은 "행복한 그림자의 춤을"

구름처럼 저렇게

바람에 흘러 저렇게

아무런 선택없이 저렇게

 

- 삶을 알 것 같을 때, 아니 다시 그것이 아닌 것 같을 때....

그래도 뚜벅 뚜벅 걸어가는 하루만큼의 세월은,..

천천히 읽어나가야하는 단편들-

 

2014. 07. 07.

앨리스 먼로, 행복한 그림자의 춤, 캐나다 여성 노벨수상작가, 작업실, 온카리오주, 나비의 나날, 역자 곽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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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사로 잡힌 돌

 

 

                            카르마

 

 

나무에 사로 잡힌 돌처럼

그녀는 꼼짝없이 그의 것이다.

 

나무 뿌리가 구부러지고

저 아래까지 망각의 시간으로 그토록 뿌리내린

매일 새벽 실천하는 나무가 선택한

다정한 포물선

아래로 무너지는 것들 사로 잡는다.

 

다정한 음성을 문지르는 새부리로

둥지를 트는 것이나  

가라앉으면서 떠오르는 물체마다

선율처럼 움직여 잠을 지워버린

날개들이 있으리니

 

속삭여 말해주리

나무에 사로잡힌 돌이나

그런 나무를 뚫고 나오는 나뭇잎처럼

그녀는 꼼짝없이 그의 것임을

 

 

(새벽 산책에서 돌과 나무가 하나가 된 형상을 발견하고..)

 

2014.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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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넘기

 

 

 

                                   카르마

 

 

 

동트는 새벽

어둠의 줄을 넘은 태양이 

지평을 넘어서 하늘로 뛰오른다.

하늘로 날아오른다.

 

발아래 쿵쿵 심장이 뛰고

붉은 동공은 빛으로 팽창하여

이파리 마다 깊어지는

거짓말같은 사랑 부드럽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꼼꼼하게 들러붙든 손가락으로

한 줄 한 줄 차근히 뛰어 넘어

하나 둘 셋, 심장을 후려치는 소리

 

동트는 새벽, 아름다운 선율로

귀속으로 들어오는 자는 누구인가

다시 줄 속으로 뛰어 들어가

새로운 빛의 지평을 여는자 누구인가

 

 

2014. 5. 6.

 

(새로이 발견하는 빛이여,

어둠은 빛으로 몰아낼 수 있을 뿐

어둠을 어둠으로 몰아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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