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엄마>를 리뷰해주세요.
고마워, 엄마! 마음이 자라는 나무 21
유모토 카즈미 지음, 양억관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책 한권을 다 읽고 난 뒤의 느낌은 독특한 일본 분위기를 만나봤다! 반전 드라마를 본 느낌같다고 해야할까...  

난 일본작가의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터무니 없는 애국심(?)같은거다.  

몇 작품 읽어보진 않았지만 솔직히 질투심날정도로 잘 썻다. 매번 읽을때마다 문화색은 다르지만 정서적으로 비슷해서인지 우리네와 공감대 형성도 쉽고 그러면서도 일본만의 독특한 향을 느끼게 하고 무엇보다 평범하면서도 일상적인 이야기를 어쩌면 그리 술술 잘 엮어놓는지...그래서 인정하기 싫은 걸 인정해버려야 하는 자기모순에 봉착하는 그 순간이 싫어 읽지 않으려 한다.   

그런데 우리딸이 엄마가 안읽으면 내가 읽을께..하며 채가는게 싫어서 읽어봤다.  

줄거리는 참으로 간단하다. 

아빠가 돌아가신후 치아키는 엄마와 포플러나무 정원이 있는 포플러장으로 이사를 한다. 주인 할머니의 첫인상은 좋지 않았지만 죽은 아빠에게 살아서 전하지 못한 대화를 담은 편지를 할머니에게 건네주면서 마음의 그늘을 하나씩 벗어던지게 된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성인이 된 치아키에게 할머니의 부고가 전해진다. 쓸쓸한 장례식일거라 예상해는데 예상은 빗나갔다. 치아키처럼 할머니에게 편지를 부탁한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었다. 또 뜻밖의 엄마가 전하는 편지도 받는다. 언젠가 자신이 부탁해서 마지못해 써주던 편지. 엄마는 그 편지를 치아키가 볼수있게 했다. 편지에는 아버지 죽음의 진실이 담겨있었고 그로 인해 그동안 풀리지 않던 엄마와의 매듭이 풀리는 순간이였다.엄마의 필체를 더듬으며 나지막히 말합니다. 고마워, 엄마~  

곳곳에 일본특유의 향이 묻어난다. 난 일본을 잘 알지 못하지만 내 기억속의 일본은 영화속에서 보여지는 색채, 옷, 관계등으로 그려진다. 그 향은 밝고 눈부신 햇살보다는 햇살 뒤편에 자리잡은 그림자처럼 회색빛이고 흑백사진처럼 정적이고 무성영화처럼 조용하고 고요하다.  

잠든 엄마의 숨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연어통조림만을 먹는 아이,말없이 지하철을 타고 하루종일 낯선 거리를 다니는 모녀, 강렬한 햇살아래 속살을 드러낸 아스팔트, 강물, 풀, 바람한점 없는 더운날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포플러나무, ....어둠이 더 친숙한 다다미깔린 방, 죽은 남편사진이 걸린 제단,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 제단위의 떡, 복숭아, ....굽은 허리를 하고 거북이 등딱지처럼 우산을 쓰고 걸어오는 할머니 모습....  

페이지마다, 장면마다 수없이 그려지는 나른하고 때론 무기력하게 그려지는 일상이 말없이 펼쳐져있다.  

이렇게 무미건조한 일상에서 무슨 일을 기대해야할까 하는 순간에 숨을 한번 참고 다시 평온한 일상이 오기를 기다리야 하는 딸꾹질같은 할머니의 죽음을 접한다.  처음엔 눈도 마주치고 싶지 않고 한공간에 함께 하고있는다는것이 두려울정도로 무서웠던 할머니였지만 누구보다 치아키의 말을 잘 들어주고 속에 있는 말을 다 할수있게 해준 분이시다. 세상속으로 한반을 내밀면 끝도없는 어두운 맨홀속으로 사라질것같은 공포감을 잊게 해주신 분이다. 갑자기 남편을 잃은 그 슬픔을 혼자 감당하기에 벅차하는 엄마에게 자신의 슬픔까지 어루만져달라고 하기엔 너무나 아빠를 닮아있던 치아기에게 할머니는 따뚯함이였고, 숨쉴수있는 허파였다. 그렇게 할머니를 통해 세상으로 나아갈수있는 용기를 얻었던 치아키였다.

책 전반에 걸친 고요함은 클라이막스를 향한 치달음이였음을 깨닫게 된다.    

그 한번의 질주가 주는 전율과 떨림은 오래간다. 그것은 내가 살아가면서 문득문득 만나게 되는 환영이 되어 출산후의 또한번의 흔적을 기억하게 해주는 훗배앓이처럼 내 기억속에 강하게 자리를 잡을것이다.  

그것이 바로 내가 책을 읽는 이유이다.  

고맙다, 책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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