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각본
김지혜 지음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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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가 남자라니!
강렬한 구호를 해부하며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가부장제의 허상과 뿌리깊은 여혐과 한국의 구조적 문제를 담담하게 나열하고 해결을 위한 화두를 던진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때부터 나는 작가의 문제 제기 방식이 참 좋았다. 이번 책의 내용 역시 좋았다. 다만 주제를 잘 담은 제목임에도 전작처럼 사람을 더 끌어당길 수 있는 제목이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한 명이라도 더 읽을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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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매사추세츠주 대법원은 두 사람의 공동입양을 인정했다. 입양에서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은 ‘아동 최선의 이익‘이다. 입양이 인정되면 태미의 삶은 지금처럼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입양이 인정되지 않으면, 수전이 헬렌보다 먼저 사망하거나 두 사람이 헤어지게 될 때 태미의 삶이 불안정해진다. 정신과 전문의도 증인으로나서 양육자의 성별이 아니라 가족의 안정과 행복이 아동발달에중요하다고 했다. 법원이 입양을 인정할 이유는 충분했다.

이런 현실을 보고 교육은 평등한데 노동시장이 문제라고 말해도 될까?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지면 저절로 고용상의 평등이 이루어질 것도 같지만 극복되지 않는 한계가 보인다. 앞에서보았듯, 학교는 평등한 교육을 한다고 믿으면서 오랫동안 성별분업을 염두에 두고 교육을 실시했다. 그런데 사회가 이렇게 성별분업 이념을 유지하면서 고용상의 불평등만 해결하려 하면곤란한 상황이 벌어진다. 여성에게 가사 책임을 맡기면서 동시에 임금노동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이중의 부담을 초래하는 것이다. 

한국과 같이 전통적인 성역할 이념을 고수하면서도 동시에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에 우호적인 국가에서 특히 출생률이 낮다는 사실을 관찰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자체가 출생률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여성에게 여전히 가사노동의 책임을 맡겨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사회에서 출생률이 낮아진다는 ‘상식적인‘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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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며느리가 남자라니‘라는 구호는 이 사회가 평등을 추구한다면 맞서고 해체해야 했을 가족질서가 뿌리 깊게 남아 있음을 간접적으로 일깨운다. 이 구호를 들으며 성소수자에 대해불편한 마음이 생긴다면, 먼저 며느리는 여자, 사위는 남자여야한다는 관념을 의심하고 질문해보면 좋겠다. 며느리의 역할을남자가 하면 왜 안 되며, 사위가 여자이면 무엇이 문제인가? 며느리와 사위에게 어떤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인가? 원치 않는 며느리나 사위를 반대할 권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우리가 알고 있는 가족은 지키고 보존해야 할 불변의 가치인가?

한편에서 ‘비정상‘ 가족을 막으려는 사람들과 다른 한편에서 ‘정상‘을 누가 정하는 것이냐고 되묻는 사람들 사이에서, 지금도 아이는 자라고 있다. 그리고 ‘비정상‘ 가족에서 사람이 태어났을때 그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는, 여전히 우리의 가치를 시험하는 중요한 질문으로 남는다. 가족질서를 지키기 위해 (안타깝더라도 계속하여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고 ‘일탈자‘를 탓할 것인가, 아니면 이런 구분을 거부하며 평등을 위해 가족제도의 변화를 요구할 것인가? 다음 장으로 이어지는 이 질문은, 사회가 사람의 탄생을 수단으로 여기는지, 아니면 그 자체로 소중한 동료시민의 등장으로 여기는지의 관점과 연결된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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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내가 남자를 죽였어
오인칸 브레이스웨이트 지음, 강승희 옮김 / 천문장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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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분 제목 너무 잘 지으셨다. 원제는 마이 시스터, 시리얼킬러인데 직역했으면 손이 안갔을듯.

아주 짧다. 각 두 페이지 정도의 제목을 갖춘 장으로 이루어져 실제 페이지는 3/4 정도일듯. 큰 줄기의 이야기가 술술 흘러가고 허무하게 끝난다. 주인공은 가스라이팅의 결정체 같은 삶을 살고 처음엔 제멋대로 동생이 짜증나 k장녀답게 살짝 이입도 했는데 뒤로 갈수록 짜증나지 않는 캐릭터가 없었다. 그래서, 계속 이렇게 죽이면서 살거임? 그러려면 좀 치밀하게라도 하라고. 나이지리아 경찰의 무능함이 유일한 개연성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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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숲 Untold Originals (언톨드 오리지널스)
천선란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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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열다섯 살이었을까?
처음 겪는 감정으로 격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건 질풍노도의 시기여야 했을까?
너무 어린 이들은 지하세계의 디스토피아에서 진로를 고민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당연하게 노동하고 병든 부모를 구완하고 사랑하고 꿈꾼다.

첫사랑을 겪으며 현실에 굴복해 이를 잃는 아이, 존재를 부정당해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끝없이 증오하고 사랑하며 살아갈 이유를 찾아내는 아이, 감춰둔 마음 때문에 죽음의 징조를 전하지 못한 죄책감에 말라가다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친구들의 도움으로 별과 숲을 향해가는 아이. 모두 견고하고 불공평한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미약하게 대응한다. 체제의 전복을 위해 애쓰다 힘 없이 쓰러져간 사람들의 흔적이 가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을 향해 나아가는 것은 이들이 열다섯이기 때문일까? 새삼 천선란 작가가 뜨겁고 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천선란 작가의 작품은 슬프지만 희망적이다. 유별나게 슬퍼해도 되는 곳으로 가서 슬퍼하는 사람을 모두가 돕고 있다. 비록 그 결과로 무난하지 못한 시간을 보내게 되더라도. 구하는 이야기를 쓰겠다던 작가는 구하는 이야기를 썼다.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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