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숲 Untold Originals (언톨드 오리지널스)
천선란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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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열다섯 살이었을까?
처음 겪는 감정으로 격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건 질풍노도의 시기여야 했을까?
너무 어린 이들은 지하세계의 디스토피아에서 진로를 고민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당연하게 노동하고 병든 부모를 구완하고 사랑하고 꿈꾼다.

첫사랑을 겪으며 현실에 굴복해 이를 잃는 아이, 존재를 부정당해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끝없이 증오하고 사랑하며 살아갈 이유를 찾아내는 아이, 감춰둔 마음 때문에 죽음의 징조를 전하지 못한 죄책감에 말라가다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친구들의 도움으로 별과 숲을 향해가는 아이. 모두 견고하고 불공평한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미약하게 대응한다. 체제의 전복을 위해 애쓰다 힘 없이 쓰러져간 사람들의 흔적이 가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을 향해 나아가는 것은 이들이 열다섯이기 때문일까? 새삼 천선란 작가가 뜨겁고 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천선란 작가의 작품은 슬프지만 희망적이다. 유별나게 슬퍼해도 되는 곳으로 가서 슬퍼하는 사람을 모두가 돕고 있다. 비록 그 결과로 무난하지 못한 시간을 보내게 되더라도. 구하는 이야기를 쓰겠다던 작가는 구하는 이야기를 썼다.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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